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면서 한·중 간 사상 첫 금리 역전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 내 외국인 자금이 한국으로 유입돼 국내 채권·주식 투자 규모가 확대될 수 있는 요인이다.
인민은행은 20일 홈페이지를 통해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0.1%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LPR 1년 만기 금리는 종전 3.65%에서 3.55%로 하락한다.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이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중국이 10개월 만에 금리 인하를 시행하면서 한국(3.50%)과 중국 간 금리 차는 0.05%포인트에 불과하다.
세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은 이르면 다음 달 1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3.75%로 올라 역대 최초로 중국을 앞지르게 된다.
한·중 금리 역전은 한·미 금리 역전 사례처럼 외국인 자금이 이동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수익률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자금 유출이 불가피한 만큼 중국 내 외국인 자금이 한국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중국 채권시장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45조원에 달한다. 지난 수개월 동안 위안화 약세가 지속돼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이 높은 편이다.
이 중 상당 금액이 우리나라로 이동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내년 중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며 외국인 자금이 선제적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편입 결정이 나기 6개월 전부터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갈 곳 잃은 글로벌 투자 자금이 중국 대신 한국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 채권시장에서 글로벌 중앙은행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면서 "일부 수요가 국내 장기채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중 금리 역전은 원화 강세를 제한하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중국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위안화 절하 압력이 높아지는데 위안화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원화도 함께 약세를 보일 공산이 크다.
반면 원화와 위안화 간 동조화가 과거에 비해 약해져 환율 동향을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4월 말부터 이달 8일까지 2.6%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중국 위안화 가치는 3% 하락했다.
중국 경기 둔화 우려와 위안화 약세, 미·중 갈등 심화 등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외국인 자금 흐름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금리 역전이 현실화하더라도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신흥경제부장은 "중국 금리 인하 폭이 미세조정에 그쳐 우리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 자체는 크진 않을 것"이라며 "부분적으로 환율 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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