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기업 40.6%가 환차손···글로벌 수출기업도 '자동차·반도체' 부문서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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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3-06-21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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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겹치면서 대일 수출기업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출 대금 중 40% 이상을 엔화로 결제하는 상황에서 엔화 가치가 급락해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 이외 국가를 대상으로 한 수출기업도 엔저 현상에 가격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권에서는 엔화 약세가 장기화하면 화학·철강·기계·자동차 등 일본과 경쟁이 심한 산업권에서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겹쳐 나타나고 있다. 지난 19일 원·엔 환율은 장중 100엔당 897.49원을 기록했다. 원·엔 환율이 800원대에 진입한 것은 2015년 6월 이후 8년 만이다.

이같이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대일 수출기업 중 상당수가 앉아서 환차손을 입게 됐다. 수출 대금을 엔화로 받아 이를 원화로 환전하는 상황에서 엔화 가치가 급락해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출기업 중 대금을 엔화로 결제하는 비중은 2.3%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달러화 85%, 유로화 5.8%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비율이며 1.6%로 집계된 위안화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이는 여타 지역에서는 대부분 달러화로 수출 대금을 결제하는 반면 유럽연합(EU)과 일본에서는 유독 자국 통화로 수출 대금을 결제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일본에서는 수출 대금 중 40.6%가 엔화로 결제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은 결국 환차손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일 수출기업 관계자는 "엔화로 수출대금을 받아서 달러화로 원자재를 사야 하는데 엔화를 달러화로 환전하면 이전보다 10~15%가량 적어진다"며 "매출이 15% 줄어드는 상황이라 심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엔화 약세가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국내 수출기업 전반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엔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일본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일본 수출기업이 1430엔으로 가격을 설정했을 때 엔·달러 환율이 110엔이라면 13달러, 130엔이라면 11달러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일본 수출기업 수익이 줄어들지 않은 상황에서 13달러에서 11달러로 가격 경쟁력이 크게 개선돼 더 많은 판매량을 기대할 수 있다. 이때 가격을 하향 조정하기 어려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 실제로 2010년대 초·중반 엔저 현상 때문에 국내 기업의 글로벌 수출 실적이 크게 악화되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은 일본 수출기업과 경쟁이 극심한 산업권에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상반기 발표한 한국과 일본 간 수출 경합도 지수(지난해 기준)를 살펴보면 자동차 분야는 90.3, 기계는 63.4, 반도체는 60.7로 집계됐다.

수출 경합도 지수는 특정 국가에 상품을 수출하는 두 나라 수출 구조가 얼마나 유사한지를 분석해 양국 간 경쟁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다. 지수가 100에 가까울수록 경쟁 정도가 심하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엔저 현상이 심화되면서 국내 기업의 가격 경쟁력에 타격을 받은 바 있다"며 "일본과 경쟁이 심한 산업권은 엔저 현상이 장기화한다면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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