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중소기업 '저축은행 예금 이탈' 러시…석달새 6조원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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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3-06-2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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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과 중소기업들이 저축은행에 맡긴 돈을 앞다퉈 빼고 있다. 작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업권 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문제가 본격 대두되면서 불안 심리가 확산한 여파다. 올 1분기 저축은행 전체 실적이 적자 전환했고, 연체율도 급격히 치솟고 있는 만큼 당분간 이러한 추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0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작년 말 비부보예금 잔액은 9조5597억원으로, 직전분기(15조3965억원)보다 38%(5조8368억원)가 감소했다. 전 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세다. 분기 감소 폭이 5조원을 넘긴 건 이번이 최초고, 2분기 연속 감소한 것도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저축은행 사태 발생 직후 2년 간(2012년~2013년)의 감소 폭(17%)보다도 2배 이상 높다.

비부보예금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부보금융기관(은행ㆍ증권사ㆍ보험사ㆍ종합금융사ㆍ상호저축은행) 등이 저축은행에 맡긴 돈을 일컫는다. 이 예금의 경우, 예보의 예금자 보호(5000만원) 대상에서 제외돼 금융기관이 도산하면 원금을 보장받을 수 없다. 예금을 예치한 입장에선, 그만큼 안전성에 대한 경계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금융권에선 작년 하반기부터 급격히 커진 ‘저축은행 위기설’이 대량의 자금 이탈을 촉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에 대한 우려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신용평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브릿지론, 본PF 비중은 각각 127%, 80%로 증권(9%·22%)·캐피탈(29%·64%)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이로 인해 한때 시장에서는 일부 저축은행에서 1조원대 결손이 발생했다는 허위 사실이 유포되는 등 불안 심리가 최고조에 다다랐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비부보예금은 원금 보장이 불가능한 특징을 가진 만큼, (업권 내에서 부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자) 투자자들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퇴직연금을 확정급여(DB)형으로 운용 중인 곳들이 대거 이탈한 것도 영향을 줬다. DB형 퇴직연금은 비부보예금 포함 대상 중 하나로, 금융기관이 도산하면 원금을 보장받을 수 없다. 만약 금융기관이 도산해 근로자의 퇴직금에 손해가 발생하면 이 부분을 기업이 대신 메워야 하는데, 이에 부담을 느낀 예치자들이 예금을 대량 인출했다. 퇴직연금을 DB형으로 운용 중인 곳은 중소기업이 대다수다.

당분간 투자자들 사이에선 저축은행의 ‘원리금 비보장 상품’ 회피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분기 전국 저축은행 79곳의 실적이 523억원 순손실을 기록해 전년 동기(4561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고, 평균 연체율도 5.07%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적어도 올 하반기까진 저축은행 업권 내에서 점진적인 연체율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올 들어 5000만원 이상 고액 예치자를 비롯해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수신자금 규모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상황”이라며 “적어도 올 하반기까지는 이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이를 고려한 경영 전략을 세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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