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랑스는 한불정상회담을 계기로 경제·외교·안보 등 3대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1시간여 동안 양국 인도·태평양 전략, 최첨단 산업 공조, 대북 압박 공조 등의 의제를 놓고 긴밀하게 논의했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양국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깊은 공감대를 이뤘다. 프랑스가 자유·인권·법치라는 인류 보편 가치의 발상지인 만큼 양국 정상이 가치 연대를 통한 협력 확대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2019년 프랑스는 유럽연합(EU) 국가들 중에서 처음으로 인·태 전략문서를 명문화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은 인공지능(AI), 방위산업, 전기·수소자동차, 우주산업 등 최첨단 산업 교류·협력 방안도 모색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역대 최대치인 130억 달러(약 16조6500억원)의 교역량을 기록한 양국의 상호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안보와 AI, 우주, 첨단 및 미래산업 분야까지 양국 공조가 심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양국이 원전과 항공 분야에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만큼 이에 대한 소통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순방은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과 미래세대를 위한 일자리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프랑스 현지 일간지 ‘르 피가로’ 기고문을 통해 한·프 경제협력 의지를 강하게 나타낸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강점을 지닌 반도체, 배터리, 디지털 분야에서 프랑스에 투자하고, 프랑스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항공·우주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한다면 상호보완 효과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대통령은 원전과 방위산업과 관련해 “차세대 소형원자로(SMR)와 수소 에너지 공동개발에 나섬으로써 기후위기에 대응한 그린에너지 공급 확대를 이끌어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기고문은 ‘르 피가로 구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기사’ 중 하나로 분류됐다.
양국 정상은 북한 핵·미사일 공동 대응, 북한 인권 문제에도 힘을 합친다. 한국이 내년부터 2025년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된 만큼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와 북핵,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현안에 공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8년 한·프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북제재 완화’ 요청을 거부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필요성을 강조했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윤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을 통해 양국 관계가 더욱 발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프 관계가 한국전쟁 원조관계에서 벗어나 경제·외교·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모색하는 관계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6·25 전쟁 당시 3400여 명의 병력을 파견해 당시 지평리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는 서울 재탈환의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이후 항공, 원전, 고속철도에서 위성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주요 계기마다 긴밀히 협력해 온 유럽의 핵심 파트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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