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재판行...검찰 "억눌린 내적분노 표출 위해 계획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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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3-06-2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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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지난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과외 앱으로 알게 된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정유정(23세)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심리분석 시스템을 통해 범행동기를 조사한 결과, 정유정은 불우한 성장과정과 자신의 처지 등으로 인한 '억눌린 내적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필요했다. 사이코패스적인 특성으로 인해 이러한 생각이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검찰 수사 결과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송영인 형사3부장)은 21일 정유정을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및 절도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과외 앱에서 알게된 부산 소재의 A씨(26)의 집을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이 정유정이 범행을 결심한 지난 5월 20일부터 범행 후 체포된 27일까지 정유정의 동선, 범행대상 물색 방법, 범행 준비·실행 과정 등을 수사한 결과 정유정이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계획 살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정유정은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다가 검찰이 확보된 증거를 접한 후, 과외 앱을 통해 처음부터 살인 대상을 물색했고 미리 준비한 과도와 중식도로 피해자를 살해하고 시신을 손괴한 사실 인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동기 규명을 위해 검찰은 대검 심리분석실의 통합심리분석, 범죄심리학자 자문, 주거지 압수수색, 본인 휴대전화 포렌식, 인터넷 검색 기록 분석, 조부 등 가족 조사, 아버지와의 통화 녹음 파일 분석 등을 했다.

분석 결과, 정유정은 불우한 성장 과정, 가족 관계, 현재 처지에 대한 불만 등으로 인한 분노를 소위 '묻지마 살인' 방식으로 해소하겠다는 동기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억눌린 내적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필요해 이러한 행동을 하는 데에 거리낌 없는 성격적 특성(사이코패스적 특성)이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 단계에서 정유정의 사이코패스 지수는 연쇄살인범 강호순(27점)보다 높은 28점대였으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는 26.3점으로 나왔다.

이 밖에 검찰은 주거지 압수수색 등을 통해 정유정이 쓴 "안 죽이면 분이 안 풀린다"라는 살인을 암시하는 메모를 확보했고 '살인 방법'과 '사체 유기' 등 살인 관련 인터넷 검색 내용도 확인했다.

정유정은 운전면허 및 자동차가 없어 범행 과정에서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고, 사회 경험이 적어 곳곳에 설치된 CCTV 노출 가능성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관계자는 "본건은 자신의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과외앱을 통해 생면부지의 여성에게 학생으로 가장해 접근한 후 잔혹하게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유기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안겨준 사안"이라며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 수행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유족 지원에도 만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정은 지난 5월 26일 오후 5시 40분께 부산 금정구에 있는 A씨 집에서 흉기로 A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범행 하루 만에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당시 A씨의 시신을 훼손한 뒤 여행용 가방에 담아 택시를 타고 경남 양산 낙동강 인근 숲속에 시신 일부를 유기했다. 혈흔이 묻은 캐리어를 숲속에 버리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택시 기사가 경찰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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