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식시장에서 이례적으로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벌어지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빚투(빚내서 투자)'를 늘리는 분위기다. 코스피가 이달 강세를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빚투가 늘면서 반대매매도 큰 규모로 벌어지고 있어 증시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 19일 기준 19조1604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 4월 24일 20조4319억원까지 치솟으며 올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차액결제거래(CFD) 반대매매로 인해 줄줄이 하한가를 기록한 '라덕연 사태'가 벌어진 뒤 잔액 규모는 가파르게 떨어졌다. 지난달 17일 18조3861억원까지 내려갔지만 다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또 미수금을 갚지 못해 증권사가 자동으로 처분하는 반대매매 규모도 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이달 19일까지 5507억원이었다. 일평균 반대매매 금액은 459억원이다. 일평균 반대매매 금액이 사상 최고를 기록한 지난달(489억원)과 비교해 차이가 크지 않다.
위탁매매 미수금은 증권사에서 결제대금을 대신 지급받은 개인투자자가 결제일(만기)인 3거래일째까지 이를 갚지 못한 금액이다.
외상으로 주식을 사는 미수거래가 늘면서 반대매매 금액도 여전히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미수거래는 매수대금 30%를 증거금으로 내고 주식을 사는 것이다. 이틀 뒤인 결제일까지 미수금을 입금하지 않으면 증권사는 반대매매에 나선다.
뿐만 아니라 신용거래가 다시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통계에 잡히지 않은 신용융자 반대매매까지 포함하면 실제 반대매매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예측된다.
투자자들은 코스피가 6월 들어 강세를 보이자 신용거래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달 코스피 지수는 장 중 2650선까지 상승했지만 최근 들어 2600선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다. '빚투'가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코스피 지수 상승세가 다소 꺾인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투자자가 주가 하락으로 신용융자 담보비율을 유지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반대매매를 할 때 호가는 시장가를 기준으로 정해져 주가 하락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또 증시 전반에 매물 압력도 높인다. 미수거래에서 증거금 부족이 발생해 해당 종목을 처분해도 증거금 부족 현상이 이어진다면 증권사는 투자자가 보유한 다른 종목까지 매도한다.
이에 반대매매와 증시 하락 등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시가 반등하면서 신용거래와 미수거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증거금 부담이 지속되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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