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개선안] 자율적 책임 구조 만든다지만···사실상 '관의 개입' 열어두나

  • '책무구조도' 미흡 시 당국 시정요구 가능···판단 기준 공개된 내용 없어

  • '상당한 주의' 판단 기준에 노력·당국과 협조···'금융권 길들이기' 지적도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금융위원장-금융협회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금융당국은 이번 내부통제 개선안을 통해 금융회사 스스로 시스템을 갖추도록 만들었다고 강조했지만, 시정요구와 같은 상호보완 조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사고 발생 시 최고경영자(CEO)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만큼, 판단 기준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내세우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판단 기준이 상대적일 수밖에 없고, 이를 제한할 수단이 없다면 금융당국의 개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2일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이 금융당국의 획일적인 규율이 아닌, 금융회사가 스스로 각자의 특성과 경영여건 변화에 맞는 내부통제시스템을 주도적으로 구축·운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부통제 의무 관련 제재를 강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련 의무를 충실히 수행한 임원은 책임을 면제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개선안을 보면, 큰 원칙은 당국에서 세우되 세부적인 안은 개별 금융회사가 직접 이행하게 했다. 내부통제 개선안의 핵심이자, 개별 임원들에게 책임을 배분하는 '책무구조도'는 CEO가 직접 자율적으로 작성한다. 이때 작성된 책무구조도는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하고, 주요사항 변경 시 감독당국에 최신화한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회사 CEO, 임원이 금융사고와 관련해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다면 책임을 낮춰 주거나 면제해 주는 당근책도 내놨다. 내부통제의 궁극적인 책임이 최고경영진에게 있는 것은 맞지만, 모든 사안을 CEO 등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도 문제라는 시각 때문이다. 또 당국이 금융사고 발생시 관리의무 위반 여부를 점검해 임원에 책임을 묻는 상황을 미리 정해 공개한다. 이는 모든 금융사고 책임을 내부통제로 귀결시키는 게 아닌, 중대한 사고에만 책임을 적용해 금융권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그러나, 관(官)의 지나친 시장 개입에 대한 고민이 빠져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금융당국은 개별 금융회사의 사전적 내부통제 관리가 완벽할 수 없고, 실제 책무구조도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시정요구를 통해 부족한 점을 상호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회사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면 시정요구를 따르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시정요구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국 시정요구는 '합리적 기준'이란 명분 아래 당국의 자의적인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가장 큰 우려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시정요구가 가능하다는 건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진을 향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 "일각에선 당국의 낙하산 인사 수단으로 오용되지 않게 방지 대책도 함께 내놔야 한다고 지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상당한 주의'를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의 예시로 △내부통제 개선노력·성과 △감독당국과의 정보교환·협조수준 등을 제시했는데, 이때 노력을 평가하거나 당국과의 협조 수준을 논하는 건 금융회사를 길들이기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당국은 금융지주회사의 CEO 인선과 관련해 직접 방향성을 언급하는가 하면, 금리 수준으로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면서 "그간 행태를 생각한다면 관의 개입에 대한 지적을 고려해 더욱 분명한 대안을 제시했어야 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입법까지 현실적으로 많은 애로사항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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