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가계대출 부실률이 확대되는 가운데, 가계대출 규모까지 빠르게 증가하자 금융당국이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25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당국은 하반기 디레버리징에 방점을 둔 정책을 집중적으로 펼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코로나19 지원 차원에서 이뤄진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9월에 종료되면, 당국이 하반기에 충당금을 지금보다 더 많이 쌓도록 유도할 계획이라 은행권의 대출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월 4조7000억원 줄어든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2월과 3월에 각각 2조8000억원, 7000억원이 감소했지만 그 폭은 축소됐다. 결국 4월 가계대출이 2조3000억원 증가하면서 반등했다. 5월에는 1조9000억원이 더 늘어 4조2000억원 증가했다. 6월에도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6040억원 늘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지난 3월 2조3000억원 늘면서 증가세로 돌아선 뒤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 은행권 주담대는 5월 전월(2조8000억원)에 비해 1조5000억원 늘어난 4조300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주담대를 제외한 기타 대출(신용대출 등)은 아직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규모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지난 3월 기타 대출은 3조원 감소했지만 4월엔 5000억원, 5월에는 1000억원으로 감소폭이 줄어들었다. 특히, 이달 22일 기준 5대 은행의 신용대출잔액이 109조7766억원으로 집계돼 전달 대비 1035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서는 과도한 가계대출 증가 추세를 우려하고 있다. 이지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은행 가계대출 리스크 예측’ 보고서를 통해 “미국·일본 등 주요국의 경우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80% 이하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100%를 상회하고 있다”며 “상환능력에 비해 가계부채 수준이 과도한 상태에서 고금리 등 여건 악화로 가계부채 리스크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시변수에 대해 모니터링하는 등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를 완벽히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완만한 디레버리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 창립 73주년 기념사에서 “중장기적 시계에서는 금융 불균형이 재차 누증되지 않도록 가계부채의 완만한 디레버리징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19일 간담회에서도 “(가계대출이) GDP보다 올라가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며 “한은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와 감독 당국 모두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긴축과 완화라는 측면에서 엇박자를 냈던 금융당국과 통화당국이 디레버리징을 함께 언급하기 시작하면서 금융권은 앞으로 양측이 정박자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최근 정부가 경제정책의 중심추를 물가안정에서 경기 대응으로 전환할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점은 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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