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사우디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단지 건설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국내 기업이 그동안 사우디에서 수주한 사업 중 최대 규모다. 우리 기업의 올해 해외 수주가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정부의 2027년 해외 수주 연 500억 달러 프로젝트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24일(현지시간) 사우디 아람코 본사에서 50억 달러 규모(약 6조5000억원)의 ‘아미랄 석유화학 콤플렉스 패키지 1(에틸렌 생산시설)과 패키지 4(유틸리티 기반시설)’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수주로 올해 상반기 우리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최소 137억 달러(약 18조원) 이상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수주 실적인 120억 달러(약 15조7000억원)를 넘어섰다.
아미랄 프로젝트는 사우디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단지 건설사업이다. 사우디 유전의 중심지인 담맘으로부터 북서쪽으로 70㎞ 떨어진 주베일에 위치하며, 기존 사토프 정유공장과 통합 조성된다.
아미랄 프로젝트에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등급의 저부가가치 원료를 활용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설비와 최첨단 폴리에틸렌 생산설비, 부타디엔 추출설비, 기타 기반시설 등의 건설이 포함된다.
현대건설은 작년 3월 EPC 입찰 초청을 시작으로 같은 해 9월 기술입찰, 10월 상업입찰을 거쳐 이번에 최종 수주에 성공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현대건설은 패키지 1과 4의 공사를 수행한다. 패키지 1은 아미랄 프로젝트의 핵심인 MFC(혼합 크래커)를 건설하는 공사로, 공정 부산물을 활용해 ‘화학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에틸렌을 연간 165만t(톤) 생산하는 설비다. 패키지 4는 고부가가치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주요 인프라 외 기반설비, 탱크, 출하설비 등을 포함한 시설을 건설하는 공사다.
현대건설은 본 프로젝트를 설계·구매·건설 등 공사의 전 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턴키(Turn Key) 방식으로 수주했다.
앞서 현대건설은 1975년 사우디 건설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후 총 170여 건, 232억 달러(약 30조4000억원) 규모의 공사를 수행했다. ‘하일-알 주프 380㎸ 송전선’을 포함한 50여 개 송변전 공사를 비롯해 현재 네옴시티 건설에도 참여하고 있다.
사우디 국영기업인 아람코와는 1979년 얀부 천연액화공장 해상 정박장 공사를 시작으로 쿠라이스 가스처리시설, 카란 가스처리시설 등 아람코가 발주한 다수의 석유화학 및 가스플랜트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며 관계를 구축해 왔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1975년 사우디 건설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후 사우디 정부 및 발주처의 신뢰를 기반으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며 "최근 양국 간 협력 기반이 더욱 확대된 만큼, 아미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사우디 지역에서 K건설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주는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해외 수주 500억 달러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인프라 건설을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육성할 것을 언급한 이후 수주한 첫 메가 프로젝트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정부는 지난해 말 해외건설 강국 진입을 위해 오는 2027년까지 해외건설 연 500억 달러 수주를 목표치로 제시했다. 올해의 경우 연간 수주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많은 350억 달러(약 45조9000억원) 이상으로 잡았다.
이에 국토부는 ‘제2의 중동붐’을 조성하기 위해 민관 해외건설 수주지원단인 ‘원팀코리아’를 구성해 사우디에 두 차례 수주 지원을 했고, 원희룡 장관은 지난 3월 서울에서 아람코 CEO를 만나는 등 고위급 외교를 통한 전방위 지원을 펼쳤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키기로 합의하고 에너지, 인프라 분야에서 대규모 경제협력을 추진하기로 한 후 이뤄진 성과"라며 "향후에도 네옴시티 등 초대형 프로젝트 후속 수주를 위해 원팀코리아 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이번 수주를 계기로 사우디를 방문해 지난 22일 아람코 관계부처인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을 만나 향후 에너지 분야에서의 양국 협력 강화와 한국 기업의 프로젝트 참여·수행 지원을 당부했다. 지난 23일에는 아람코가 발주하고 현대건설이 건설 중인 마르잔 플랜트 현장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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