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교역조건이 악화하며 26개월 연속 하락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등이 가격 하락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수출가격이 수입가격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진 데 따른 영향이다. 수출물량 변동폭이 반영된 소득교역조건지수 역시 전월에 이어 또다시 하락세가 지속됐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순상품교역조건지수(83.29)는 전년 동월 대비 2.8%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상품 100개를 수출하면 83.29개를 수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월 대비 교역조건지수 역시 -0.8%로 한 달 만에 하락 전환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상품 한 단위 가격과 수입 상품 한 단위 가격의 비율로, 우리나라가 한 단위 수출로 얼마나 많은 양의 상품을 수입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이번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지난 2021년 4월(-0.6%) 이후 26개월째 하락세로, 2017년 12월부터 2020년 3월까지 기록한 28개월 이후 가장 긴 교역조건 연속 악화 기록이다.
5월 중 수출물량지수(124.71)는 전년 동기 대비 0.1% 하락하며 석 달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갔다. 다만 전월(-3.5%) 대비 하락폭은 둔화됐다. 공산품 가운데서 섬유 및 가죽제품(-10.7%), 컴퓨터·전자및광학기기(-7.3%) 하락세가 높았다. 반면 운송장비는 전년 대비 30.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농림수산품 수출물량지수도 6.8% 상승했다.
이에대해 서정석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수출물량지수는 직전월(3.5%)보다 악화폭이 축소됐는데 이는 친환경 자동차 수출에 따른 운송장비 수출 호조와 반도체 수출 물량이 늘면서 화학제품 수출물량 감소를 상쇄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수출금액지수(125.7)도 14.5% 하락하며 작년 10월부터 8개월 연속 하락했다. 분야별로도 운송 및 전기장비(공산품)를 제외한 대부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실제 석탄및석유제품 수출금액지수가 33.1% 하락한 것을 비롯해 컴퓨터·전자및광학기기(-30.1%), 화학제품(-18.6%), 섬유및가죽제품(-15.2%)가 전년 대비 하락했다. 특히 수출물량에서는 성장세를 보였던 농림수산품이 수출금액지수(-5.3%)에서는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한은에 따르면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반도체(품목)의 5월 수출물량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8.1% 오른 345.4, 수출금액지수는 35.7% 급감한 152.01로 파악됐다.
이 기간 수입물량지수와 수입금액지수 역시 전년 동월 대비 각각 3.0%, 14.6% 하락하며 석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수입물량지수는 컴퓨터와 전자광학기기(-10%), 제1차금속제품(-27.1%), 화학제품(-6.1%) 감소세가 두드러졌고 수입금액지수에서도 광산품(-19.2%), 석탄 및 석유 공산품(-29.8%), 제1차금속제품(-27.1%) 등이 큰 폭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출입금액지수는 해당 시점 달러 기준 수출입금액을 기준시점(2015년) 수출입금액으로 나눈 지표이고, 수출입물량지수는 이렇게 산출된 수출입금액지수를 수출입물가지수로 나눈 것이다. 다만 수입액(통관기준) 가운데 선박·무기류·항공기·예술품 등은 빠져있다. 이 품목들의 경우 가격 조사의 어려움 때문에 수입물가지수를 구하지 못해서다.
이 기간 우리나라 수출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전체 상품의 양을 보여주는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수출물량지수(-0.1%)와 순상품교역조건지수(-2.8%) 모두 하락해 전년 동월 대비 3.0%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득교역조건지수 역시 2022년 2월(-1.4%) 이후 1년 넘도록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은은 국내 교역조건 상황에 대해 오는 6월에는 개선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월 오름세를 나타낸 원유가격이 시차를 두고 교역조건 등에 반영됐던 만큼 5월 원유 하락세가 다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시각이다. 서 팀장은 "지난해 급등했던 국제유가에 대한 기저효과가 커지고 반도체 가격 내림세가 둔화된 점 등이 영향을 미치면서 교역조건이 개선될 예지가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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