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가격 인하' 압박 못버틴 유통株 13년 전 주가패턴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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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준 기자
입력 2023-06-2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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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8일부터 정부 압박에 주요 라면주 하락세 전환

  • 13년 전 정부가 라면 가격을 압박했던 상황과 유사한 패턴

농심, 신라면 50원·새우깡 100원 인하 [사진=연합뉴스]


라면 관련주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다.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등 주요 업체들이 라면과 과자 가격을 인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라면주 주가 흐름이 13년 전 정부가 라면 가격 인하를 압박했던 상황과 유사한 패턴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풀무원 등 주요 라면 관련주 주가는 이날 각각 4.76%, 2.82%, 1.11%, 1.02% 하락했다. 전날 △농심 3.96% △삼양식품 4.86% △오뚜기 0.37% 등이 상승하고, 풀무원이 0.55% 하락한 것과 대조된다.

이러한 배경에는 주요 라면 업체들이 전날부터 가격 인하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농심과 삼양식품이 라면 가격을 내린다고 밝힌 데 이어 28일에는 오뚜기와 팔도가 가격 인하 계획을 발표했다. 라면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불확실성을 해소하면서 일시적 반등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라면주는 지난 18일부터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로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다. 당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라면값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추 부총리는 "지난해 9∼10월 (기업들이)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 내렸다"면서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추 부총리가 던진 메시지는 주가에 즉각 반영됐다. 지난 18일부터 30일까지 이들 기업 수익률을 보면 △농심 8.68% △삼양식품 6.47% △오뚜기 9.40% △풀무원 11.49% 등 손실률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라면 기업 실적 감소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키움증권은 농심에 대해 라면과 과자 가격 인하 결정에 올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기존 시장 전망치보다 2∼3% 하향된다고 추정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농심 라면과 스낵의 국내 연간 평균판매단가(asp)가 각각 0.8%, 1.2% 떨어진다"며 "이에 따라 연간 매출액 전망치가 180억~190억원가량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라면주에 대해 13년 전 정부가 라면 가격 인하를 압박했던 상황과 유사한 전개 흐름을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13년 전인 2010년에도 밀가루 가격이 7% 정도 내리면서 라면 가격 하락을 시작으로 제빵·제과업계는 줄줄이 가격을 하향 조정했다. 정부 입김에 관련 기업 주가는 지금처럼 가격 인하 발표 후 일시적 반등을 거친 후 하락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실제로 농심은 2010년 2월 라면 가격 7% 인하를 결정하면서 한 달 사이 주가가 23만원대에서 21만원대로 하락했다. 당시 라면 기업 마진이 악화되며 주가가 다시 하락한 만큼 투자자 주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라면 가격을 조정하는 과정이 2010년과 유사하다"며 "주가 흐름도 유사한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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