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BXA)코인을 거래소에 상장한다고 속이고 계약금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의 항소심 첫 재판에서 검찰이 새로운 증거를 통해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의장은 지난 1월 1심에서 피해자 진술 신빙성 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서승렬 부장판사)는 29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의장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 전 의장은 2018년 10월 BXA코인을 빗썸에 상장하겠다며 속여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에게 빗썸 인수를 제안하고 계약금 명목으로 약 1억 달러(당시 환율 1120억원)를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의장이 김 회장과 체결한 계약 내용은 BXA코인을 빗썸에 상장시키고 이를 통해 얻은 자금으로 거래소 간 연합체를 결성하는 사업(BB프로젝트)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BXA코인은 국내 금융당국 규제로 상장 자체가 무산됐다.
검찰은 이날 항소 이유서를 낭독하며 1심이 받아들이지 않은 증거를 입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 전 의장이 김 회장에게 코인 상장을 확약했다고 보기 어려워 사기죄의 성립 요건 중 하나인 '기망' 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김 회장의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김 회장의 ‘착오'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은 이날 "재판부가 배척한 기자간담회 발언 등은 추가 진술을 통해 신빙성을 입증할 수 있다"며 BXA코인 발행 실무자 등을 증인으로 추가 신청했다. 이어 글로벌 거래소 사업이 당초 실현이 불가능한 사업이었음을 입증하기 위해 '기술분석 보고서'도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은 이 전 의장이 BXA코인 상장과 거래소 연합 사업의 실현 가능성이 낮은 사실을 알고도 김 회장을 속였다고 보고 '사기' 혐의를 적용했으나 1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피고인 측은 "1심에서 1년 6개월 동안 17회의 공판 기일을 진행하면서 증인 23명을 승인했고 방대한 증거가 이미 1심 공판에서 제출됐다"며 추가 증거 제출 필요성에 의문을 표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증인을 다시 신청할 경우 새로운 쟁점이 나오거나 기록상의 의문점이 있어야 한다"며 중복되는 부분을 분류할 수 있도록 계획서에 특정해달라고 밝했다. 검찰은 기술분석 보고서는 1심 무죄 판결 후 의뢰해서 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해당 사건의 쟁점이 많고 검찰과 피고인 간의 관점이 명확히 다른 점 등을 고려해 구두변론을 통해 쟁점을 정리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검찰에 "1심 판결문 중 구체적으로 무엇이 왜 잘못됐는지, 객관적 증거에 의해 반박되는 것을 중심으로 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음 기일은 9월 7일로 예정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