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과학기술인상 고규영 교수 쓴소리..."한국판 모더나·화이자 나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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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3-07-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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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규영 KAIST 특훈교수.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내 과학계 최고 권위를 가진 '2023년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고규영 KAIST 특훈교수(기초과학연구원 단장, 65세)가 국내 의사과학자에 대한 지원이 미흡함을 아쉬워하며 관련 지원이 늘어나야 한국에서도 초대형 바이오 기업과 블록버스터 신약이 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일 과학계에 따르면 고 교수는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나 "국내 최고 두뇌인 의사들이 임상(현장)뿐 아니라 기초 연구를 하면 바이오 관련 연구개발의 성공률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연 4000명씩 배출되는 국내 의료인 중 1%만 기초 과학을 연구하는 의사과학자의 길을 걸어도 신약 개발에 많은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이어 "국내 과학 발전에 보탬이 되기 위해 기초 연구를 시작한 의사 가운데 상당수가 임상과 연구자 간 대우 차이와 연구개발 지원 미비로 인해 현업으로 복귀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의사과학자들이 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정교한 연구체계를 마련하면 한국에서도 모더나·화이자 같은 글로벌 바이오 기업을 육성하고 블록버스터 신약을 만드는 게 결코 꿈만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이날 고 교수를 올해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그는 치매 등 퇴행성 뇌 질환을 유발하는 뇌 속의 노폐물이 뇌 밖으로 배출되는 주요 경로가 뇌 하부에 있는 '뇌막 림프관'임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 이를 네이처, 사이언스 등 주요 국제 학술지에 발표하는 성과를 냈다.

고 교수는 림프관 경유 암세포가 림프절로 전이하기 위해 '지방산'을 핵심 연료로 활용한다는 사실도 최초로 규명했다. 과거에는 암세포가 포도당을 주 에너지원으로 쓴다는 게 정설이었으나, 면역기관인 림프절에 전이돼 성장하는 과정을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고 교수는 연구를 통해 암세포가 림프절에 도달한 다음 포도당에서 지방산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적응함으로써 특정 부위에만 있던 암세포가 림프절을 타고 온몸으로 퍼지는 원리를 밝혀냈다.

고 교수는 앞으로도 치매 정복을 위한 연구개발에 매진할 계획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하기에 앞서 영장류를 대상으로 뇌 신경계 실험을 진행함으로써 윤리적 부담으로 줄이고 실험 성공률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가영장류센터와 공동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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