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16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그동안 적자 행진에 지쳤던 정부는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수출 감소세가 여전한 가운데 국제 유가 하락으로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든 '불황형 흑자'라는 게 문제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대중 무역적자 완화 없이는 흑자 유지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6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42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6.0%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반도체 업황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지난해 6월 수출액이 해당 월 기준 역대 최대(577억 달러)였던 터라 기저효과가 작용한 결과다.
지난달 수입액은 531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7% 감소했다. 원유(-28.6%), 석탄(-45.5%) 등 에너지(-27.3%) 수입이 급감한 게 영향을 끼쳤다. 이에 따라 6월 무역수지는 11억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월간 무역수지가 흑자를 낸 건 지난해 2월 이후 16개월 만이다.
산업부는 "우리 경제의 '상저하고' 전망에 청신호가 켜졌다"며 "수출 감소율도 올해 들어 6월에 최저를 기록하며 저점을 지나 점차 개선되는 추세여서 하반기에는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1년 넘게 계속된 무역적자 행진이 일단 멈추긴 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강한 수출 호황을 바탕으로 한 무역 흑자와 달리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면서 나타난 불황형 흑자여서 경기가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단일 품목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이 6월에 전년 동월 대비 28% 줄면서 11개월째 마이너스 기록을 이어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업체 감산도 아직은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D램 고정가는 지난해 6월 3.35달러에서 올해 6월에는 1.36달러까지 떨어졌다. 덜 팔리는데 가격도 하락하니 반도체 수출액을 끌어올릴 도리가 없는 형국이다.
대중 수출은 최근 들어 다소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는 있지만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는 여전히 기대 이하다. 중국에 대한 수출은 지난 5월 106억 달러, 6월 105억 달러를 기록하며 두 달 연속 100억 달러를 웃돌았다. 그러나 중국 내 공장 가동률 부진과 자국산 제품 선호도 제고 등 영향으로 13개월 연속 감소 국면이다.
주요 기관들도 무역수지 흑자 지속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신중한 반응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달 28일 낸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 수출이 3.1% 감소하고 무역수지 적자가 12억 달러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간으로도 수출이 7.7% 감소한 가운데 무역수지가 295억 달러 적자를 낼 것으로 봤다. 상반기보다는 상황이 개선되겠지만 수출 감소와 무역 적자가 지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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