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외 외환시장은 높은 변동성 속 냉온탕을 오갔다. 지난해 1400원대를 웃돌던 원·달러환율은 올 들어 1200원대를 기록하다 최근들어 1300원 초반 수준을 이어가고 있고 원·엔 환율 역시 2015년 6월 이후 처음으로 100엔당 800원대에 진입하면서 역대급 '엔저' 흐름을 나타냈다. 주요 외화들이 상반기 약세 흐름을 보인 가운데 하반기에도 이같은 현상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 전문가들 "달러화 약세 지속"···하반기 환율 하단 1200원 초반 전망
3일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은 최근 '2023년 하반기 글로벌 경제여건 및 국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달러화가 하반기 소폭 약세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한 방향으로 움직이기보다는 짧은 주기로 좁은 범위 내에서 등락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종료 등에 따라 달러화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것이라는 것이 한은 시각이다. 또한 통화정책 긴축에 따른 은행권 연체율 상승과 보유 유가증권 평가손 등 리스크가 남아있는 점도 달러 약세 요인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
외자운용원은 다만 여러 변수에 따른 달러 강세 전환 가능성도 일부 내비쳤다. 한은은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이 커지고 금리 인상 누적 효과로 금융불안,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도 높다"며 "상황에 따른 불확실성이 큰 편"이라고 부연했다.
시장 전문가들도 하반기 약달러가 이어질 것이라는 데 대체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이 타결되고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면서 환율이 1200원 초중반까지 내려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내년부터는 달러화가 중장기적으로 강세 흐름을 띌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환율은 1200원대 중반에서 움직이다가 1200원대 초반까지 내려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하반기 원·달러환율이 '누운 S자' 흐름을 띌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상황이 맞물리면서 달러화 가치가 잠시 올랐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국내 경기 회복 기대감과 물가 안정화 흐름이 원화 강세 속 하락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연구원 역시 "하반기 환율 하단은 1200원 초반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 '역대급 엔저' 끝 보이나···"BOJ 정책 전환에 강세 전환 가능성"
그런가하면 8년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한 일본 엔화의 경우 사실상 저점에 도달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인 가운데 일각에선 여전히 하방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우선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기존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것은 연내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엔·원 환율 하단을 880원까지 열어놓을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시장에서는 3분기 중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것으로 봤다. 한은 외자운용원은 현재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는 엔화가 하반기 강세로 전환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외자운용원 측은 "미국과 일본 간 금리차가 주요 동인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3분기 일본은행이 제시하는 YCC(수익률곡선 통제) 정책 변경 가능성 등이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향후 글로벌 경기 둔화시 엔화의 안전자산 기능이 부각될 것으로 기대되는 점도 강세 요인으로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엔화 절상 전환 시점을 일본은행의 정책 정상화 시점과 맞물릴 것으로 내다봤다. 엔화 실질실효환율이 저점을 기록하고 있는데다 원화 등 타국 통화 대비 절하폭이 가팔랐던 만큼 추가 절하가 부담스러울 여지가 높다는 것이다. 또 일본은행이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엔화 절하 속도를 늦출 가능성, 내년 미 연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에 따른 약달러 전망도 엔화 절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박 연구원은 "BOJ 정책 전환 전까지 연준의 추가 인상 불확실성으로 엔화의 달러인덱스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달 FOMC에서 연준이 동결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 전까지는 엔화 추가 약세가 진행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이어 "연말 엔·달러환율은 133엔, 원엔 환율(100원 기준)은 930원 안팎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베스트투자증권도 3분기 이후 일본 엔화 약세가 이어지기 어렵다고 예측했다. 일본 경제의 매력과 엔저로 인한 외국인 자금 유입, 현지 관광객 확대 등은 엔화 수요의 확대 요인으로 지속해 작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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