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차세대 야심작으로 내놓은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의 첫해 생산량을 대폭 감축할 전망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FT)가 소식통들을 인용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의 주요 협력업체인 중국 럭스쉐어 및 애플과 가까운 2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럭스쉐어는 내년 비전프로 생산량을 40만대 이하로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전프로는 내년부터 양산이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럭스쉐어는 현재까지 알려진 유일한 비전프로 조립업체이다. 또한 중국 내 다른 애플 공급업체 두 곳의 경우, 비전프로 생산 첫 해에 13만~15만대 분량의 부품만 공급해줄 것을 애플로부터 부탁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두 가지 수치 모두 애플이 당초 내부 목표로 정했던 첫 1년간 생산량 100만대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라고 FT는 전했다.
디스플레이
그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디스플레이로, 비전프로에는 2개의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와 1개의 곡면 렌즈 형태의 외부 디스플레이가 탑재된다. 2개의 마이크로 OLED는 한 눈에 1개씩 디스플레이를 제공하고, 외부 디스플레이는 착용자의 시야를 외부로 투사하는 기능을 한다. 지난 달 공개된 시제품에 사용된 마이크로 OLED의 경우, 소니와 TSMC가 공급했다고 2명의 관계자들이 FT에 전했다. 하지만 애플은 공급업체들의 생산성, 특히 결함 없는 마이크로 OLED의 수율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는 비전프로 부품 중 가장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기술 컨설팅업체 D/D어드바이저스의 설립자 제이 골드버그는 이와 관련해 "많은 부분은 정상적인 성장통"이라며 "(비전프로는) 지금까지 만든 것 중 가장 복잡한 소비자 기기"라고 말했다. 이어 "비전프로에는 많은 기술이 들어가 있고 양산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애플은 (비전프로 양산) 첫 해에 돈을 벌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니 역시 증강현실 기기 시장 전망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나타냈다. 소니반도체솔루션의 사장 시미즈 테루시는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 수요가 얼마나 늘어날지 지켜볼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가 이미지 센서와 같은 수준으로 (생산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편 애플은 비전프로의 보급형 모델을 포함해 차세대 모델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2세대 비전프로 디스플레이는 삼성과 LG가 관여하고 있다고 FT는 보도했다. 당초 비용 문제로 미니 LED 등 다른 디스플레이 탑재를 고려하기도 했으나 결국 마이크로 OLED로 마음을 굳혔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실적 영향은?
애플이 차세대 대표작으로 야심차게 내놓은 비전프로 생산량이 당초 계획보다 줄어들 것으로 알려지면서 애플 실적과 주가에도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애플은 지난 달 30일 뉴욕증시에서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돌파하며 상반기를 화려하게 마무리했으나 야심작으로 내놓은 비전프로 실적이 부진할 경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실제 지난 달 애플이 비전프로를 공개한 이후 투자자들의 실망감과 일부 기관들의 투자의견 하향 여파에 애플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3499달러(약 457만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에 비해 소비자들에게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대만 소재 시장조사업체 아이재이아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에디 한은 "애플은 업계가 상상한 것보다 좋은 기기를 만들지 못했다"며 "제조업체들의 신뢰가 높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애플의 단단한 팬층이 여전한 가운데 비전프로 역시 큰 무리 없이 순항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테크시장 조사업체 캐널라이스의 애널리스트 제이슨 로우는 "(비전프로) 생산량이 제한적인 것을 감안하면 미국 내 애플의 골수 팬들과 고액 자산가들의 선주문으로 동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전프로 생산량은 내년 35만대 수준에서 5년 후에는 1260만대로 급증할 것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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