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중국 클라우드 컴퓨팅 제재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미-중 간 반도체 갈등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조치가 시행될 경우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업체들은 첨단 인공지능(AI)칩을 사용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중국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는 중국 AI기업들이 클라우드 서비스업체를 이용함으로써 미국의 AI칩 수출 통제를 우회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WSJ는 보도했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가하고 있는 기술 제재의 빈 틈을 막겠다는 것이다.
조지타운대학교 안보·신기술 센터의 에밀리 바인슈타인 연구원은 "어떤 중국 기업이 엔비디아 A100칩에 접근하기를 원한다면 어떠한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를 통해서도 그것을 할 수 있다"며 "그것은 완전히 합법적이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미 상무부가 수주 내에 대 중국 클라우드 컴퓨팅 제재 조치를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는데, 이는 미국이 법제화해서 발표할 예정인 대 중국 AI칩 및 반도체 설비 규제 최종본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지난 달 WSJ은 미국이 이르면 이달부터 중국에 모든 AI반도체 수출을 금지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규제 최종본이 발표되면 그 범위가 기존의 반도체 및 반도체 설비 업체들을 넘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에게까지 확대될 전망이라고 WSJ는 전했다.
한편 이날 보도는 전날 중국 정부가 갈륨, 게르마늄 등 주요 반도체 생산 광물 수출 통제를 발표한 이후 하루 만에 전해진 것이다.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는 3일 성명을 내고 내달 1일부터 갈륨, 게르마늄과 그 화합물 등에 대해 수출 통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광물들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수출업자들은 해외 구매자에 대한 자세한 사항을 보고해야 한다. 중국은 세계 최대 갈륨 생산국으로, 전 세계 생산량의 약 95%를 차지하고 있다. 서방이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를 무기화하고 나서자 중국 역시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원자재를 무기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주에는 네덜란드가 반도체 설비업체들의 대 중국 수출 통제 방안을 발표하면서 중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주 6~9일 옐런 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양국 간 관계 개선 기대감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오히려 반도체를 둘러싸고 어느 한쪽도 물러섬 없이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미-중 관계가 더욱 경색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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