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경기 위축과 원자재값 상승, 미분양 증가 등 '3중고'를 겪고 있는 건설업계가 고육지책으로 주택 수주를 줄이면서 이르면 2~3년 뒤 주택 공급 충격으로 인한 집값 급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향후 주택 공급을 예측할 수 있는 3대 지표인 인허가, 착공, 분양승인 실적이 모두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이 같은 우려에 힘을 보태고 있다. 공급가뭄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코로나19의 유동성이 촉발한 집값 폭등장이 오는 2026~2027년 도래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개를 들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1~5월) 전국 주택 인허가 실적은 15만7534가구로 전년 동기(20만9058가구) 대비 24.6% 감소했다. 수도권 인허가는 6만581가구로 전년 동기(7만3271가구) 대비 17.3% 줄었고, 같은 기간 지방은 13만5787가구(2022년)에서 9만6953가구(2023년)로 28.6% 감소했다.
분양승인 실적 역시 후퇴하고 있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분양실적은 4만6670가구로 전년 동기(9만6252가구) 대비 51.5% 줄었다. 수도권 분양실적은 2만8554가구로, 1년 전보다 40.7%, 지방은 1만8116가구로 62.3% 줄었다. 수도권에서는 서울 분양실적이 3536가구로 전년대비 27.3% 늘었지만, 인천(3656가구)과 경기(2만396가구) 등이 각각 59.2%, 42.8% 줄면서 감소 추세에 힘을 보탰다.
또 다른 공급 선행지표인 건설사 주택수주액도 올 들어 급감하는 추세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건설수주액은 지난 1월 20조5652억원을 기록한 뒤 2월 13조4494억원, 3월 13조5427억원, 4월 10조9126억원 등으로 4개월 연속 급감했다. 총 누적 건설수주액은 58조469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4%나 줄었다.
아파트 입주가 통상 인허가 기준 3~5년 뒤, 착공 2~3년 뒤에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인허가와 착공 실적 급감은 향후 주택 공급 부족으로 직결될 공산이 크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입주물량은 44만2977가구, 2024년 입주물량은 35만2845가구로 안정적인 편이지만 오는 2025년부터는 본격 감소가 예상된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은 2025년 입주물량이 19만353가구로 2024년 대비 46% 줄어들고 이후 2026년 4만3594가구, 2027년 4770가구로 공급 가뭄 수준을 보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주택공급이 급격하게 위축되면 향후 집값 급등의 불쏘시개로 작용할 우려도 높다. 실제 2012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건설사들이 사업환경 악화로 주택수주를 줄이면서 공급물량이 19만여 가구로 1990년 통계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효과는 2014년 이후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전국 집값은 2014년 3.48% 상승한 뒤 2015년에는 6.88%로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인허가와 착공 물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었는데, 공사기간이 통상 2~3년 소요된다고 볼 때 향후 3년 전후로는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결국 수급불균형으로 인해 집값은 현재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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