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귀공자' 김강우 "악역 중 악역? 전형성 탈피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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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3-07-0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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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튜디오앤뉴
사진=스튜디오앤뉴

영화 '귀공자' 속 등장인물들은 오직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질주한다. 광기 어린 인물들 사이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건 '한이사' 역의 배우 김강우다. '귀공자' 배우들끼리도 "악역 중 악역"이라고 불리는 '한이사'는 배우 김강우를 만나며 더욱 입체적이고 폭발적인 힘을 가지게 됐다.

"저는 '한이사'를 악인이라고 여기지 않았어요. 아마 악인들은 자신이 악인이라고 생각지 않을 거예요. 그걸 인지하고 있다는 건 나쁜 사람 중에서도 덜 나쁜 사람이겠죠? 모든 행동에 거리낌 없고 전형적인 부분을 탈피하고자 '악인'을 벗어나서 생각하려고 했어요."

영화 '귀공자'는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를 비롯한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 광기의 추격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렸다.

극 중 김강우는 모든 사건의 시작점인 '한이사' 역을 맡았다. 국내 대표 사학재단의 이사로 병환이 깊어진 아버지가 어린 동생에게 재산을 넘기려 하자 이를 막기 위해 애쓰는 인물이다.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필리핀에 있는 '마르코'를 한국에 불러들이지만, 하루아침에 모두의 타겟이 된 '마르코'를 손에 넣기란 쉽지 않다.

"저는 캐릭터마다 '동물'을 레퍼런스로 삼아요. 원초적인 느낌을 살리는 거죠. '간신'의 경우 '늑대'를 참고했고 '귀공자'의 경우는 수사자를 가져가려고 했어요. 화가 나 있는 수사자가 으르렁거리는 느낌을 기본 베이스로 삼은 거죠."

김강우는 '수사자'를 모티브로 '한이사'의 외형이며 말투, 성격 등을 디자인해 나갔다. '한이사'가 주는 위압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목소리부터 자세, 걸음걸이까지 수사자에 맞춰 디자인했어요. 평범하게 물건을 받을 때조차도 나른한 인상이 느껴지길 바랐어요. 나른하고 여유롭지만, 성격은 급해서 안 통하면 직접 뛰쳐나가잖아요. 그게 '한이사'의 성격이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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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튜디오앤뉴

극 중 '한이사'는 연기 욕심이 날 수밖에 없는 캐릭터다. 개성 강한 캐릭터인만큼 연기로 힘을 주거나 무게 잡을 수 있었을 텐데도 김강우는 되려 모든 걸 덜어냈다.

"어떤 신에서 강약 조절을 해야겠다고 여기지는 않았어요. '이 인물이라면 어떻게 할까?' 중점적으로 생각했죠. '한이사'는 큰소리칠 일이 없었을 것이고 언성을 높이지 않더라도 모든 일이 해결되는 편이었을 거라고 봐요. 언성을 높이지 않아도 모든 일이 해결되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의 삶을 떠올리면서 목소리, 자세, 동작들을 만들어 냈어요."

'한이사'의 등장은 그를 더욱 두려운 존재로 그려냈다. 그는 재단이 소유한 벌판에서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해치는 등 악랄한 모습을 일상적으로 보여주었다. 해당 장면은 '귀공자' 배우들이 꼽는 명장면이기도 했다.

"그 장면이 임팩트가 세기 때문에 저 역시도 집중해서 찍을 수밖에 없었어요. 새벽에 찍어야 해서 시간도 타이트 했죠. '귀공자'를  때문에 '한이사'의 등장도 많은 공을 들였어요. 팽팽한 느낌을 줘야 하니까요. 그 팽팽하게 당겨진 느낌을 제가 집중해서 하지 않으면 긴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온 힘을 다해 찍었습니다."

배우가 느끼는 '누아르의 대가' 박훈정 감독도 궁금했다. '신세계' 'VIP' '마녀' 시리즈 등 장르 영화의 한 획을 그은 박 감독과 김강우의 협업은 어땠을까?

"지금까지 보여준 작품의 다양성, 캐릭터의 색깔 등은 비단 저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잘 알고 있을 거예요. 박훈정 감독님은 영화도 재밌지만, 캐릭터가 참 흥미롭잖아요? 대본을 보았을 때도 쭉쭉 읽히고 '한이사' 캐릭터도 개성 넘쳐서 좋았어요. 게다가 '귀공자' '마르코' 등 모든 캐릭터가 각각 색깔을 가지고 있어서 '꼭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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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튜디오앤뉴

김강우는 '귀공자'에 이어 '폭군'까지 캐스팅되어 박훈정 감독과 작업하게 되었다. 두 작품을 연달아 찍는 건 업계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한 작품 하고 몇 년 쉬다가 다시 만나는 경우는 있죠. 이렇게 연달아 찍는 경우도 특이한 사례라고 생각돼요. 그래서 부담도 있었죠. 캐릭터가 세기도 했으니까요. 두 가지 다 다른 캐릭터를 보여줘야 하는데 짧은 기간 내 다른 캐릭터들 보여줘야 하니까.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그건 감독님께서 고민을 끝내셨을 거예요. 이렇게 바로 들어갈지는 몰랐지만 '귀공자'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김강우에게 관객들이 '귀공자'를 어떻게 관람해 주었으면 좋겠는지 물었다. 김강우가 짚은 '귀공자'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이었을까?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서사보다 캐릭터의 힘이 강하고 그 색깔이 강렬하죠. 여름 극장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질주하는데 시원한 느낌을 받으실 거라고 봅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캐릭터가 관객들의 뇌리에 박힐 수 있기를 기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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