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이 지난 4월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에 대해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이라는 특단의 결정을 내렸다. 막대한 비용 부담에도 국내 최고 아파트 브랜드인 '자이'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경영진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GS건설은 지난 3월에도 서울역 센트럴자이 아파트 외벽 균열 등 하자가 잇따르면서 브랜드 신뢰성에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아파트 전면 철거 후 재시공 결정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입주민 요구를 전격 수용했다는 측면에서 이해할 만한 결정이지만 일각에서는 과도하다는 시각도 있다. 사고의 핵심 원인으로 설계 과정부터 전단보강근 일부 누락이 드러났지만 시공사인 GS건설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GS건설은 "과거 자사 불량 제품 전체를 불태운 경영자 마음으로 재시공 결정을 내렸다"면서 "입주 지연에 따른 보상과 후속 절차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5일 GS건설은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와 관련해 "시공사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겠다"면서 "자이에 대한 신뢰와 명예를 지키기 위해 검단 단지 전체를 전면 재시공하고 입주 지연에 따른 보상 절차를 입주 예정자들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강근이 결여된 이례적인 설계에 대해 크로스체크를 하지 못해 걸러내지 못한 것은 GS건설답지 못한 부끄러운 실수며 조경 시공 과정에서도 토사를 다룸에 있어 기본 원칙을 지키지 못한 점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설계관리를 강화해 동일한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 고객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GS건설의 이 같은 결정㎘은 국토교통부 사고 원인 조사 결과에 따른 조치다. 국토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조사 결과 브리핑을 열어 사고 원인에 대해 △전단보강근 미설치 △콘크리트 품질 미흡 △추가 하중 검토 미흡 등을 지목했다.
사조위는 설계·감리·시공 등 부실에 따른 전단보강근 미설치를 사고 원인으로 분석했다. 붕괴가 발생한 지하주차장 슬래브 인근 도면 분석 결과 구조설계상 모든 기둥(32개)에 전단보강근이 필요했지만 기둥 15개가 전단보강근 미적용 기둥으로 표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리 과정에서도 철근작업상세도 작성 이후 도면을 확인·승인하는 과정에서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사조위가 확인 불가능한 기둥을 제외하고 8곳을 조사한 결과 4곳에서 설계와 다르게 전단보강근이 누락된 사실도 드러났다.
사고 구간 콘크리트 강도시험 결과에서는 사고 부위에서 설계 기준 강도(24MPa) 대비 85%(20.4MPa)보다 낮게 측정됐다. 추가 하중 검토도 미흡했다. 식재공사 과정에서 설계값(높이 1.1m)보다 많은 토사가 적재(최대 2.1m)되며 더 많은 하중이 가해졌다. 사조위 관계자는 "전단보강근이 누락돼 저항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초과 하중이 작용하고 콘크리트도 강도에 미달해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해당 현장은 최고 14~25층 10개 동 규모에 전용면적 74~84㎡ 공공분양주택 964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입주 예정 시기는 올해 12월이며 현재 공정률은 67%였다. 그러나 GS건설이 철거 후 재시공을 결정함에 따라 입주 시기는 무기한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외벽 붕괴사고로 비슷한 결정을 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는 철거 후 재준공까지 약 70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됐다.
GS건설 관계자는 "광주 화성 아이파크는 단지 규모가 크고 초고층 아파트라 해체에 오랜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에 이번 현장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 "철거 후 재시공에 소요되는 비용과 기간은 기술적인 부분이 있어서 논의 중이며 최대한 빨리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해 LH도 "철저한 건설관리를 통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했음에도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발주처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국토부 조사 결과와 현재 LH가 대한건축학회에 의뢰해 입주자 참여하에 진행 중인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포함한 사고 수습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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