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이 상반기 들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용공여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규모를 줄이거나 억제했던 다른 증권사들과는 엇갈리는 행보다.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신용보증 비중이 높은 증권사는 하이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으로 나타났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말 기준으로 25개 국내 증권사의 부동산 PF 신용공여 규모는 총 21조558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1조4651억원이었던 연초 대비 933억원(0.43%) 늘어난 수치다.
전체 규모는 보합세를 유지했지만 증권사별 현황은 엇갈렸다. 한국투자증권의 부동산 PF 신용공여 규모는 1조9434억원에서 2조6086억원으로 6652억원(34.23%) 급증했다. 메리츠증권도 1조9346억원에서 2조3245억원으로 3899억원(20.15%)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건설사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6000억원가량이 통계에 잡혔다"며 "해당 수치를 제외하면 타사 대비 부동산 PF 신용공여가 크게 늘지 않았다. 나머지 액수도 대부분 선순위로 들어가는 등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증권사 외에도 이베스트투자증권이 2689억원에서 3549억원으로 860억원(31.98%), IBK투자증권이 4316억원에서 5029억원으로 713억원(16.52%), 대신증권이 7523억원에서 8029억원으로 506억원(6.73%) 늘었다.
반면 대부분 대형사는 부동산 PF 신용공여 규모를 축소했다. 가장 많이 줄어든 증권사는 8884억원에서 5973억원으로 2911억원(32.77%) 감소한 키움증권이다. 부동산 PF 신용공여 규모를 1000억원 이상 줄인 증권사는 △NH투자증권(-1505억원) △다올투자증권(-1505억원) △하이투자증권(-1339억원) △미래에셋증권(-1326억원) △DB금융투자(-1228억원) △BNK투자증권(-1057억원) 등으로 확인됐다.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신용공여 규모를 관리하는 까닭은 업황 악화로 인해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15.88%로 집계됐다. 10.38%였던 연말 대비 5.5%포인트 급등한 것이다. 연체가 지속돼 사업장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지면 신용을 공여한 증권사가 채무를 떠안아야 한다.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신용공여 규모가 높은 증권사는 하이투자증권으로 확인됐다. 하이투자증권의 별도기준 1분기 말 자기자본은 1조3888억원인 반면 부동산 PF 신용공여액은 1조323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65.58%를 차지했다. 이 밖에도 다올투자증권(58.34%)과 현대차증권(53.75%), BNK투자증권(50.92%)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신용공여 규모가 50%를 상회했다. 40%를 상회한 증권사는 △교보증권(48.04%) △IBK투자증권(46.78%) △삼성증권(41.59%) △메리츠증권(41.24%) △SK증권(40.56%)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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