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만난 3인의 작가, 만화·사진·현대미술로 음악을 표현한다'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음악을 그리는 남무성 평론가와 일상을 변주하는 노상현 사진작가, 카이스트 출신의 현대미술가 안종우 3인 3색의 흥미로운 콜라보레이션이 펼쳐질 예정이다.
음악이란 눈에 보이지 않은 예능이다. 미술품처럼 손으로 만질 수도 없고 영화처럼 영상으로 남겨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 어떤 예능보다 인간의 내면 깊숙이 들어와 감동을 준다. 음악의 이미지란 우리들 각자의 기억 속에 특정할 수 없는 형체로 남는다. 그러나 모든 감각을 통해 관찰된다. 따뜻하거나 차갑거나 보랏빛이거나 회색빛이거나 달거나 쓴 음악들. 작가의 입장에서라면 어떤 상상일지라도 허용하는 가장 창의적인 세계이다.
3인의 작가는 음악으로 맺어진 인연이다. 이들은 16년 전 재즈평론가 남무성이 운영했던 재즈클럽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카이스트 학생이었던 안종우는 학교의 추천도서였던 '재즈 잇 업'의 작가 남무성을 찾아왔고 다큐멘터리 영화 '브라보! 재즈라이프'를 남무성과 함께 작업했던 노상현은 故김중만 사진작가와 인연은 맺어 오랜 기간 영향을 받았다.
남무성 평론가는 한국의 대표적인 재즈평론가로 음악만화의 베스트셀러 '재즈 잇 업'과 '페인트 잇 록'을 직접 그리고 썼다. 본업은 만화가가 아니지만 재즈잡지의 편집장을 하던 중 좀 더 쉽게 재즈를 전달해보고자 만화를 그리게 됐다. 그의 그림은 결코 세련되거나 잘 그린 화가의 솜씨는 못되지만 일생을 음악 애호가로 살아온 만큼 재즈와 록 음악가들의 초상을 재현하는 캐리커처만큼은 독보적이라는 평을 얻었다.
또한 대중적 감각과 저널리스트로서의 음악적 비평이 균형감 있게 녹아든 그의 작품들은 음악만화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처음으로 전시회에 참여하게 된 남 작가는 그간 책에 그렸던 인물들을 독립적인 그림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재즈 다큐멘터리 영화 '브라보 재즈라이프'의 미술감독을 비롯해 다수의 작품집과 전시회를 선보인 바 있는 노상현 사진작가는 음악적 감각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잘라내는 작가다. 즉흥성, 찰나의 긴장감, 리듬의 변주(Variation) 등 재즈음악의 이디엄을 응용한 그의 화면들은 특히 같은 공간,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사람들은 저마다의 관점으로 시간을 인식한다는 점에 착안한 전시작품 '망상' 시리즈로 유명하다. 현상에 관한 자유로운 해석은 재즈의 즉흥성과 닮아 있고 추상화를 보는 듯 종종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보게 한다. 뉴욕의 구석구석을 담았던 '
안종우는 카이스트 출신에서 미술학도로 변신한 사진작가 겸 현대미술 작가다. 사진매체와 19세기 현상기법을 중심으로 '기억'에 대해 풀어나가는 현대미술 작가 또는 '사진매체를 이용해 기억을 이야기하는 작가'로 불린다. 특히 일상에서 잔재처럼 버려지며 무심코 소외된 기억의 영역을 다룬다.
예를 들면 냉장고 문을 열면 덩그러니 놓여있는 식료품들, 테이블 한켠에 있었던 통조림이나 소스병 따위의 존재를 독립적인 화면으로 데리고 나온다. 이번 전시회에서 그는 기존 '스틸 라이프(Still Life)' 작품 시리즈의 원본이 되는 촬영본을 선보일 예정으로, 이 흑백의 작품들은 어떤 기억들보다 선명한 날 것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게 된다.
안종우 작가는 "남무성 노상현 형들과 음악이야기로 밤을 지새우던 때마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아이들이기도 하죠"라고 말한다.
한편, BGN 갤러리는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 300. 롯데월드타워 11층에 위치하고 있으며, 전시회 문의는 BGN 갤러리 문화사업부 기획팀으로 하면 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