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자산운용이 육아휴직을 신청한 여성 직원을 부당해고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고용노동부가 조사에 착수했다. 경력증명서를 달라는 해당 직원 요구에 사측은 퇴사 사유에 '의원면직'(자발적 퇴직)이라고 적은 것으로도 파악됐다.
10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최근 펀드매니저 박모씨가 메리츠자산운용이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 사건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노동청 관계자는 "메리츠자산운용 사건은 현재 조사 중"이라며 "사측으로부터 관련 서류와 자료를 받아보는 단계"라고 전했다.
2018년 3월 메리츠자산운용에 입사한 팀장 박씨는 지난해 12월 만 8세 자녀에 대한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그러나 회사로부터 황당한 이메일을 받았다. 회사에서 박씨에게 '근로계약 종료 통보서'를 발송한 것이다.
통보서에는 "상기인은 2022년 12월 31일자로 메리츠자산운용과 체결한 근로계약이 종료됨을 통보한다. 그동안 메리츠자산운용의 근로자로 크게 애써 주신 점에 깊이 감사드린다"라는 문구가 적혔다.
박씨는 "부당해고"라고 항의했다. 하지만 "계약직에 대한 근로계약기간 만료일 뿐 육아휴직과는 무관한 조치"라는 답변만 돌아왔다는 게 박씨의 주장이다.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의 경우 단기간 성과를 중요시해 계약직‧무기계약직 비율이 높은데, 남녀고용평등법은 계약직 근로자도 육아휴직 사용이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박씨를 더 당황스럽게 한 것은 회사가 보낸 경력증명서다. 새 직장을 구하려면 경력증명서가 필요한데 이를 요구하자 회사가 퇴직 사유에 '의원면직'이라고 적은 경력증명서를 박씨에게 보낸 것이다. 의원면직은 공무원 조직에서 본인의 청원에 의해 직위나 직무를 해면하는 것을 뜻한다.
박씨는 본지에 "의원면직이 대체 무엇이냐고 회사에 말했더니 통상적으로 이런 단어를 쓴다는 식의 답변이 돌아왔다"며 "육아휴직은 법적으로 보장된 내 권리다. 부당하다고 호소했더니 계속 돌아오는 대답은 육아휴직과 무관하다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노동청에 진정을 넣는 한편, 법원에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박씨는 "이기든 지든 육아휴직으로 인한 부당대우와 관련한 판례를 하나 만들고자 한다"며 "한국에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데 미국에서는 몇십억원에 달하는 소송건"이라고 강조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노동청에 육아휴직으로 인한 해고가 아니라 계약직에 대한 근로계약기간 만료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자산운용 측은 "계약직에 대한 근로계약기간 만료 통지가 맞다"며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언급은 아끼는 게 나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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