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72단독(류일건 판사)은 최근 서울 강남구 도시관리공단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근로자 A씨와 B씨에게 임금피크제로 인해 삭감된 2970여 만원과 2550여 만원의 임금과 그에 대한 이자를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공단 측이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지난달 17일 확정됐다.
강남구 도시관리공단은 지난 2015년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가 포함된 취업규칙 변경 동의서를 받고, 이듬해 해당 공단의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2020년에는 감액 비율을 개선한 임금피크제 개정안을 최종적으로 마련해 2020년 1월부터 이를 소급해 적용했다. 공단이 도입한 임금피크제는 기존 정년인 60세를 인정하면서 58세 이상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임금을 감액하는 내용의 ‘정년유지형’이었다.
공단의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A씨와 B씨는 정년 퇴직일 도래 3년 전부터 90%, 85%, 90%로 임금이 깎여, 임금피크제 도입 이전 대비 총 35%의 임금이 삭감됐다. 이에 A씨와 B씨는 지난해 7월 임금피크제로 삭감된 임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임금피크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청년 근로자 등에 대한 신규 고용 조치도 불분명했다고 봤다. 삭감 임금만큼 근로자들의 업무 강도를 낮춰줘야 하는 대상조치도 퇴직 6개월 전인 2020년 7월에서야 진행돼 사실상 불충분했다고 판시했다.
지난해 5월 대법원은 강행규정을 위반한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의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한다고 보고 원천 무효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해당 판결에서 임금피크제가 무효인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와 적정성 △감액 재원의 고용 창출 등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에 사용됐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 판결 후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공단과 공기업 등을 상대로 과도한 임금 삭감에 해당되는지를 다투는 소송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주는 하급심 판결도 늘고 있다. 부산지법도 지난달 부산시설공단 전·현직 직원 43명이 공단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인용하고 삭감된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공단의 대상조치가 미흡했으므로 공단이 도입한 해당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판시한 바 있다.
김남석 변호사(법무법인 태원)는 “하급심도 정년유지형이라고 반드시 무효가 아니고 대상조치 여부와 실제 불이익 정도를 따져 실질적으로 근로자들에게 과도한 불이익만 준 것이라고 인정된다면 임금피크제를 무효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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