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부처는 정수기와 비데에 공급되는 전력을 절감하는 방안까지 시행하는 등 아이디어가 속출하는 모습이다. 전력난 해소를 위해 생활 속 절약이 필수적인데 공직 사회가 솔선수범하겠다는 인식의 발로로 해석된다.
정수기 타이머 콘센트 설치...1대당 연간 264㎾h 절감 효과
11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상대적으로 대기전력 소모가 큰 정수기부터 걸어 잠갔다. 지난달 말부터 정수기에 타이머 콘센트(전원을 공급·차단하는 장치)를 설치하기로 한 것이다.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만 사용 가능하며 늦은 저녁이나 주말에는 온수 공급이 중단된다. 타이머 콘센트 설치로 정수기 1대당 연간 264㎾h(3만4920원)의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산업부 측 설명이다. 산업부에 설치된 정수기는 총 114대로 1년에 약 3만96㎾의 전력이 절감된다. 4인 가구가 월평균 332㎾h를 사용한다고 가정할 때, 7년 6개월어치 분량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수기는 에너지 효율 등급이 4~5등급인 데다 냉온수를 한꺼번에 만들다 보니 효율이 높지 않다"며 "타이머 콘센트는 여름이 지나도 계속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부 외에 국무조정실 등 다른 일부 청사도 정수기에 타이머 콘센트를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청사관리본부는 비데에도 대기전력 차단 콘센트를 설치했다. 비데 역시 대기전력 수요가 크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자동으로 꺼지게 해 전력 사용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청사관리본부는 "올여름 정부세종청사 7동부터 17동까지 총 2000개의 대기전력 차단 콘센트가 설치됐고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가 입주해 있는 중앙동은 연내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라며 "콘센트 2000개를 설치하면 연간 7만2000㎾h의 전력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전했다. 비용으로 따지면 1400만원에 달한다.
반바지 허용 요구 많지만...복장 완전 자율화 '글쎄'
정부세종청사 실내 온도는 26도 이상으로 조정한다. 공공기관 에너지 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냉방설비 가동 시 실내 온도를 평균 28도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다만 가스, 신재생에너지 등 비전기식 냉난방 설비가 60% 이상 설치된 건물은 온도 기준을 2도 범위 이내에서 조정할 수 있다. 여름철에 실내 온도를 28도 이상으로 유지하는 건 업무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판단, 규정에 부합할 경우 26도까지 낮출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전기 절약을 위해 피크 시간대인 오후 4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는 조명 30%를 소등하고, 냉방기는 30분씩 순차적으로 꺼야 한다. 냉방기는 청사관리본부 중앙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통제된다.
일부 공무원들 사이에선 반팔·반바지 등 가벼운 옷차림으로 에어컨 가동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중앙부처 직원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각종 해법을 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바지 등 시원한 복장을 입을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0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중요한 건 옷이 아니라 업무 성과"라며 "직원들이 편한 옷차림을 한다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더 많이 나오고 업무 몰입도도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독려했다. 이날 추 부총리는 정장이 아닌 분홍색 반팔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
다만 공식적으로 복장 완전 자율화를 추진하는 건 무리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산업부 관계자는 "외부 손님을 상대하는 업무 특성상 허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고위 공직자는 "장관 보고를 들어가야 하는데 그때마다 옷을 갈아입어야 해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부는 지난겨울 업무시간 외에 야간 근무하는 직원들을 한 공간에 모아 온풍기를 가동하는 식으로 전력 사용을 줄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오후 6시가 지나면 냉방기가 작동하지 않아 선풍기에 의존해야 한다"며 "직원들의 불편 사항이 접수되면 의견을 모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산업부는 '하루 1㎾h 줄이기' 캠페인 확대를 위해 명함에 관련 스티커를 부착하고 내선 통화 시 홍보 멘트를 추가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