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가상 정보기술(IT) 자원을 제공하는 클라우드 인프라(Cloud Infrastructure) 기술과 서비스가 전 세계 기업 IT 시장에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클라우드 인프라는 기업의 전통적인 전산실과 데이터센터 서버 등 물리적인 IT 환경을 대체하는 비용 절감 수단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는 초거대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을 위한 핵심 기반으로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경영 혁신 방안을 모색하는 기업에 클라우드가 큰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에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IT업계 선두권에 있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일찍이 클라우드 인프라 분야에 진출해 시장을 선점했다. 이들이 선점 효과를 누리면서 몸집을 키우는 반면 나머지 업체는 글로벌 시장 내 입지가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양상을 보인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인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3사가 전 세계 기업용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 시장을 3분의 2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T시장 조사 업체인 시너지 리서치 그룹이 2023년 1분기 전 세계에 기업의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 지출 규모를 637억 달러(약 83조원)로 집계하고 상위권에 있는 3사 매출 합산 기준 점유율을 65%로 파악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기간에 아마존이 점유율 32%로 1위, MS가 23%로 2위, 구글이 10%로 3위에 올랐다. 3위권 밖 20개사(4~23위) 매출을 합한 점유율은 26%였고, 나머지 모든 업체를 합산한 ‘기타(Others)’ 사업자 점유율은 고작 9%였다.
◆분기별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 5년 새 4배 이상 커져···점유율 1위 아마존, MS·구글이 추격 중
시너지 리서치 그룹 통계 기준으로 5년 전인 2018년 1분기 전 세계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 규모는 150억 달러 남짓이었다. 금액 기준으로 최근 분기 시장 규모 대비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아마존이 매 분기 점유율 30% 이상을 유지하면서 급증하는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 수요를 꾸준히 선점해 왔다. MS가 점유율 20%를 넘어서고 구글이 두 자릿수 점유율을 차지한 것은 최근 2년 사이 일어난 일이다. 아마존은 2006년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를 가장 먼저 상용화했고 이후 선두 지위를 다져 왔다. 그 뒤를 이어 이 분야에 진출한 MS와 구글이 아마존을 15년 동안 추격하는 중이다. 3사 점유율 순위가 바뀌기에는 선두권 내 격차가 큰 상황이다.
연중 1분기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 시장 규모는 2018년부터 매년 전년 대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작년부터 전 세계에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고 기업 투자 움직임이 둔화했음에도 올해 1분기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20% 성장했다. 성장 규모를 금액으로 보면 100억 달러(약 13조원)에 달한다. 직전 분기(2022년 4분기) 대비 1분기 시장 규모 증가율도 4%였다. 2022년 1분기의 직전 분기 대비 증가율과 같은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시너지 리서치 그룹은 이에 대해 “현재 경제 상황이 클라우드 지출 증가를 제한하고 있다는 것을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이러한 단기적 문제가 있음에도 클라우드 시장이 건강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IaaS·PaaS 분야가 클라우드 시장 성장 견인···선도 업체들, 데이터센터 투자로 규모의 경제 효과 거둬
기업용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는 클라우드 사업자가 구축한 데이터센터에 여러 고객사가 인터넷으로 접속해 공용 IT 자원을 필요한 만큼 빌려 쓰고 그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종량제 상품'으로 제공된다. 그 유형은 △가상 서버 CPU, GPU, 메모리, 데이터 저장소 등 하드웨어를 빌려 쓰는 ‘서비스형 인프라(IaaS)’ △하드웨어를 신경 쓰지 않고 미리 구성된 서버 운영체제와 프로그램 개발·실행 환경을 빌려 쓰는 ‘서비스형 플랫폼(PaaS)’ △클라우드 사업자의 설비를 빌리되 기업 자체 데이터센터처럼 전용 환경을 구성하고 독점적으로 사용·관리하는 ‘호스티드 프라이빗 클라우드(Hosted Private Cloud)’ 등으로 세분화한다.
이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 분야에 집중하는 사업자는 일종의 '규모의 경제' 효과를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시너지 리서치 그룹은 올해 1월 분야별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 선도 기업을 분류하고 이들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지표를 집계한 ‘퍼블릭 클라우드 생태계 시장 성장 및 선도자’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조사에서 2022년 클라우드 시장 성장을 견인한 ‘IaaS 및 PaaS’ 분야(1950억 달러) 규모는 전년 대비 29% 증가를 기록했는데 아마존·MS·구글이 이 분야 선두 업체로 꼽혔다. ‘데이터센터 수’와 ‘데이터센터(네트워크 트래픽 처리) 용량’ 부문 선두 업체도 이들이었다.
세계 각지에 포진한 데이터센터 수와 이 시설이 보유한 자원을 빠르게 제공할 수 있는 네트워크 용량 등이 현재 클라우드 레이스 선두 그룹의 우위를 뒷받침한다. 이들은 이미 구축된 데이터센터를 통해 저렴하고 빠른 IT 자원을 제공하면서 성장세가 가파른 IaaS·PaaS 시장을 먼저 장악했고 투자금을 회수해 또 다른 데이터센터 구축에 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이들은 세계 각지에 구축하고 가동하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설비와 규모로 경쟁 우위를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시너지 리서치 그룹은 ‘4년 뒤(2026년까지)’ 주요 클라우드 사업자가 데이터센터 수를 50% 늘리고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용량을 65% 이상 확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4위권 이하 업체 점유율 하락세···선두 그룹 3사 경쟁에 ‘초거대 AI’ 열풍 변수로 떠올라
분기별 시장점유율 추이를 보면 이 경쟁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아마존이 독점적 선두 지위를 더욱 강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2021년 1분기 아마존의 시장점유율은 32%였고 2022년에는 33%로 늘었지만 올해 1분기 다시 32%로 돌아왔다. 선두 그룹에 진입한 MS와 구글이 추격 속도를 더 높일 기회가 많은 셈이다.
특히 MS와 구글은 클라우드 업체 가운데 ‘초거대 AI’ 열풍에 올라 탄 대표 주자다. 올해 상반기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기업용 AI 솔루션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기업용 초거대 AI 수요 공략에 나선 두 추격자가 아마존과 거리를 좁히는 데 집중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당장 아마존을 위협하는 건 가장 빠르게 그 뒤를 쫓고 있는 MS다. 2년 새 MS 점유율은 20%→22%→23%로 연거푸 높아졌다. 구글 점유율은 8%→10%→10%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부터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하며 입지를 강화했지만 올해 들어 잠시 주춤한 모양새다.
절대적인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모든 주요 클라우드 사업자가 매출을 늘리고 사업을 키워 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선두 그룹 바깥에서 성장 속도를 유지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다. 2년 전 구글 뒤에는 중국 기업 알리바바와 미국 기업 IBM이 있었다. 당시에는 시장 점유율이 두 자릿수를 넘는 아마존과 MS 두 업체만 선두 그룹으로 꼽혔다. 이들과 한 자릿수 점유율을 확보한 구글, 알리바바, IBM까지 상위 5위 업체로 묶였다. 이들이 당시 전 세계 시장점유율 80%를 장악했다. 이후 4위권 이하 업체 점유율 추이는 40%→35%→35%를 기록했다.
아마존과 MS를 뺀 상위 12개 업체 가운데 전체 시장 성장률을 넘어선 매출 증가율을 기록한 곳은 구글,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였다. IBM, 세일즈포스, 오라클, SAP 등은 상위 12개 업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들이 구축한 입지는 대형 클라우드 업체에 비해 특화된 틈새시장에 국한된 것으로 평가됐다. 이렇게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업체 중 구글만 선두 대열에 합류했고 알리바바와 IBM은 그들과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존 딘스데일 시너지 리서치 그룹 수석 애널리스트는 “아마존과 MS는 분기마다, 해마다 클라우드 서비스 성장에 공격적으로 집중하면서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이들은 클라우드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데이터센터 보폭을 확장하는 데 분기별로 수십억 달러를 지속해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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