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11일 "보수와 진보의 구도를 벗어나 미래로, 세계로 향하는 사법부의 일원이 되겠다"고 밝혔다.
권 후보자는 이날 오전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군 복무를 마치고 1999년 4월 서울지방법원에서 시작한 법관 생활은 새로운 배움의 출발이었다"며 "법관으로서의 사명감을 언행으로 실천하던 법관들, 각자가 수호하는 가치를 위해 법정에서 최선을 다하던 변호사와 검사들, 때로는 투박하지만 언제나 경청할 만한 절절한 호소를 하던 국민들은 모두 내게 스승 같은 존재였다"고 전했다.
이어 "서울지방법원 지적재산권 전담부 재직 시절 판례나 학설이 거의 없던 새로운 유형의 사건을 접하며 법적 상상력이 법리 발전에 미치는 중요성을 깨달았고, 민사단독 재판 담당 시절에는 사건 하나하나가 당사자들의 삶에 드리우는 그림자를 목도했다"며 "사건은 처리해야 하는 서류 뭉치가 아니라 실존하는 삶의 눈물과 땀방울임을 느꼈다"고 했다.
또 "법관으로 재판하는 기간의 절반 동안 형사재판을 담당했는데 피고인이나 피해자의 어린 자녀들이 쓴 간절한 손글씨 편지를 받기도, 그 모습을 떠올리며 아픈 마음에 잠을 설치기도 했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거의 예외없이 구속 상태로 재판을 진행하던 시절 피고인들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보석을 허가해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권 후보자는 법원을 떠나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자리를 옮기면서 새로운 관점과 경험을 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특히 '연결'이라는 화두를 학문 세계에 구현하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권 후보자는 "민법의 사상적 기초를 꾸준히 탐구하면서도 판례의 비판적 분석에 매진해 양자의 연결고리를 생성하고 이론과 실무를 연결하고자 했다"며 "수천 년에 걸친 인류의 지혜가 켜켜이 응축된 분야인 민법을 데이터, 개인정보, 지식재산권, 인공지능 등 새롭게 맞이하는 법 문제들과 연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법관으로 임명 된다면 더욱 낮은 마음으로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겠다"며 "다수의 큰 함성뿐만 아니라 소수의 작은 목소리도 경청하고 정치적 중립성과 사법부의 독립성을 철저히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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