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기습 폭우가 쏟아지면서 하천변을 산책하던 70대가 불어난 물에 휩쓸려 숨지는 등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11일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기습 폭우로 서울지하철 1호선이 한때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날 경기 여주에서는 하천변을 산책하던 70대 남성이 불어난 물에 떠내려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오전 '운동 나간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오후 1시26분쯤 실종 지점으로부터 100여m 떨어진 곳에서 시신을 수습했다.
기상청은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일대에 '극한호우'가 기록돼 이날 오후 4시 구로구 구로동과 영등포구 신길·대림동, 동작구 상도·상도1·대방·신대방동에 긴급재난문자가 발송했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지난달 15일부터 수도권을 대상으로 '1시간에 50㎜'와 '3시간에 90㎜' 기준을 동시에 충족하는 비가 내리면 긴급재난문자를 직접 발송하고 있다. 이런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는 지난해 8월 8일 중부지방 집중호우를 계기로 도입됐고 이번에 처음 발송됐다.
광주의 어린이집 천장이 무너지고 도로와 주택 침수 등이 잇따르는 가운데, 12일까지 일부 지역에 최대 200㎜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수도권과 강원내륙, 충남 일부, 남부지방에 오후 3시 현재 호우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시간당 30~60㎜씩 비가 내리고 있다. 서울에는 호우경보가 내려졌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도 시간당 최대 51㎜의 비가 내리면서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낮 12시9분쯤에는 광주 북구 한 아파트단지 내 어린이집 보육실 천장이 무너졌고, 어린이집 인근 아파트 출입구 천장 부분의 철제 구조물도 낙하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또 광주시내 도로 곳곳이 침수됐으며 일부 지역 아파트에서는 낙뢰로 고압전선이 끊어지면서 광주 북구 월출동 일대 266가구의 전기공급이 2시간 동안 중단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광주소방본부는 비가 내리기 시작한 이날 정오부터 현재까지 동시다발적으로 100여건의 비 피해 신고를 접수했다.
전남에서는 가로수 쓰러짐 5건, 낙뢰 1건 등 총 6건의 신고가 접수돼 안전 조치를 했다.
이날 오후 2시31분쯤 전남 장성군 장성읍 한 창고에 낙뢰가 떨어져 불이 났고, 이를 발견한 창고 주인이 8분 만에 자체 진화했다. 현재까지 광주·전남 모두 인명피해 관련 신고는 접수되지 않았다.
광주와 전남 11개 시군(무안·영광·장성·함평·담양·나주·화순·곡성·순천·구례·신안)에는 호우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기상 악화로 하늘과 국립공원 출입도 제한됐다. 이날 오후 5시45분 여수공항을 출발해 김포로 향하는 아시아나항공 OZ 8736편이 35분 지연됐고, 무등산 출입도 전면 통제된 상태다. 기압골의 영향으로 내리기 시작한 이번 비는 12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예상 강수량은 이틀간 50~120㎜, 많은 곳은 150㎜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수도권과 부산광역시에 호우경보가 발효됨에 따라 오후 3시40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단계를 2단계로,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상향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밤부터 12일 오전 사이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60㎜의 강한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중부지방·전라권·경북북부내륙에는 50∼120㎜, 강원동해안·경북권은 20∼80㎜, 경남권·제주도·울릉도와 독도는 5∼60㎜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중대본은 밤과 새벽 사이 많은 비가 예상되는 만큼 피해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응급복구를 실시해 추가 피해를 예방하라고 관계기관에 지시했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12일까지 강한 비가 예보된 만큼 국민께서도 물꼬 관리, 야영을 위한 야외활동과 외출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한국수자원공사 대청댐관리단은 11일 오후 7시30분부터 홍수 조절을 위해 초당 방류량을 기존 1000t에서 1300t으로 늘린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4시30분 현재 대청댐 수위는 72.61m(상시 만수위 76.50m)다. 또 이날 오후 4시를 기해 충주댐 수문 2개를 개방, 초당 1000t의 물을 방류하고 있다.
충주댐의 수문 개방은 지난해 9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이 시각 현재 충주댐 수위는 130.2m로, 홍수기 제한수위(138m)에 7.8m가량 여유를 둔 상태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이번 수문 개방은 홍수 조절을 위한 선제 대응으로, 남한강을 비롯한 하류 하천의 수위가 상승하게 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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