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시한폭탄] M&A 수단된 제3자 유증…개미는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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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준 기자
입력 2023-07-13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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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리 인상에 M&A 수단으로 활용되는 유상증자

  • "하반기에도 저렴한 기업들을 인수하려는 시도 많을 것"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최근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 자본을 조달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유상증자 발행이 인수합병(M&A)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성장과 확장을 위해 유용한 전략적 도구로 활용되고 있지만 주주들 사정은 다르다. 유상증자는 대체로 기존 주식보다 싼 가격에 신주가 발행되므로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M&A에서 피인수 회사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한 달간 ISC, 에빅스젠, 파나진 등 주요 피인수 기업들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ISC와 파나진은 M&A 발표 후 다음 날 주가는 각각 13.61%, 2.07% 하락했다. 에빅스젠은 비상장사지만 인수 기업인 DXVX 주가가 1.76% 빠졌다.
 
SKC는 ISC 최대주주인 헬리오스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 등이 보유한 지분 중 35.8%를 3475억원에 인수한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이어 ISC는 20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의결했다. 주당 5만2665원에 발행하는 신주 380만주 가운데 332만주(1750억원 규모)를 SKC가 인수하기로 했다. 신주 발행 가격이 지난 7일 종가(5만7300원)보다 낮았다.

유상증자 발표 직후에는 하방압력이 높았지만 지난 12일 ISC 주가는 20%대 이상 반등에 성공했다.

SKC 관계자는 "(최근 주가 반등은) 시장에서 ISC 인수건에 대해 미래 성장성을 인정해준 걸로 보인다"며 "ISC를 인수하면서 유상증자를 진행한 건 자금조달보다는 경영권 강화를 위한 지분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HLB가 파나진을 인수하는 방식도 마찬가지였다. HLB컨소시엄(HLB, HLB바이오스텝, HLB테라퓨틱스, HLB이노베이션, HLB인베스트먼트)이 파나진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인수했다. 투입된 금액은 총 300억원이다. DXVX도 유상증자로 신주를 발행해 그 돈으로 에빅스젠 주식을 인수했다.
 
자본시장에서는 최근 유상증자가 M&A 수단으로 활용되는 이유로 금리 인상을 거론한다.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 자본을 조달하는 것이 다른 자금 조달 방법보다 더 경제적인 선택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증권업 관계자는 "미국과 우리나라 시장금리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며 "금리가 올라간 시간이 꽤 지나면 부채가 높은 기업들은 한계에 봉착해 매물이 발생한다. 조달 비용이 높다 보니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쉽지 않아 회사채 대신 증자를 선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하반기에도 지금과 같이 밸류에이션이 저렴한 기업들을 인수하려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은 더 높은 조달 비용을 감수하지 않고도 추가 자본을 확보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M&A 자체보다는 인수 후에 기업이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하는지를 투자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한다. 투자자들은 기업이 인수 후에 어떻게 성장하고 가치를 창출하는지를 주목하며 투자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PEF 관계자는 "제3자 유상증자는 M&A 수단 중 하나"라며 "일반적으로 제3자 유증이 되면 굉장히 의미 있는 주주가 들어온다는 것으로 시장에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기업사냥꾼라든지 기대할 만한 게 없는 회사들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면 시장에 걱정이 많아진다"며 "인수 자체보다는 인수 후 변화된 모습을 투자자에게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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