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3원 넘게 급락하면서 한 달여 만에 1270원대로 내려섰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인플레이션 완화 기대, 통화긴축 우려 축소 등의 영향으로 위험선호 심리가 크게 회복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1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1288.7원)보다 13.7원 내려선 1275.0원으로 개장했다. 환율이 1270원대로 내려선 것은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16일(1271.9원) 이후 19거래일 만이다. 장중 기준으로는 20일 이후 처음이다.
간밤 미국 물가가 예상치를 하회하자 인플레이션 완화 기대감에 따른 위험선호 심리가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된 6월 미국 CPI는 1년 전과 비교해 3.0% 상승했으며, 시장 예상치(3.1%)를 밑돌았다. 특히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4.8% 올라 시장 예상치(5.0%)를 하회했다. 여전히 절대적인 물가상승률 수준은 높지만, 그간 고공행진하던 물가 오름세가 분명하게 내려서면서 긴축 우려를 낮췄다. 앞서 주거비와 중고차 선행지수인 질로우 렌트지수와 맨하임 중고차지수 등이 큰 폭 하락했기에, CPI의 낙폭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시장은 물가 안정 기대를 높이면서 이달 한 차례 베이비스텝(0.25%포인트 금리 인상)에 이어 오는 9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을 82%까지 높였다. 여기에 경기 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에서도 전반적인 미국 경기가 느리게 증가하고, 물가에 있어서도 향후 몇개월 동안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진단했다.
이렇듯 금리인상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86%대, 2년물 금리는 4.74%대로 각각 0.1%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이에 따라 세계 주요 6개국 대비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도 전일대비 1% 이상 급락해 1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인 100.55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미국 인플레이션이 점차 안정화될 것이란 기대 속에 원·달러 환율은 약달러 흐름을 쫓아 달러당 1260원대 레벨까지도 낙폭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시장은 이달 FOMC에서 연준이 톤조절에 나설 것이란 기대를 높였고, 이는 달러 입장에서 하락압력으로 작용한다. 또 미 국채 발행에 따른 채권금리 상승 가능성에 베팅한 포지션들의 롱스탑 물량이 일시에 유입될 경우 낙폭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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