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물가 비상사태가 끝났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7개월 만에 3%대로 내려오자 글로벌 금융시장에 낙관론이 퍼졌다.
1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 지수가 1% 넘게 오르는 등 3대 지수는 지난해 5월 이후 15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3%대 물가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조만간 매의 날개를 접을 것이란 기대가 증시를 밀어 올렸다.
강달러도 움츠러들었다. 유로화·엔화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인덱스는 100.42까지 하락하며 약 15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달러 인덱스는 지난해 114.778까지 상승하며 킹달러 현상을 낳았다.
지난해 150엔까지 하락했던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38엔대까지 오르는 등 그간 강달러에 눌려 있던 통화들은 간만에 기지개를 켰다. 도이체방크는 유로화 가치가 연말 유로당 1.15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는 등 월가는 달러 약세에 베팅하고 있다.
연준이 7월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끝으로 금리 인상을 끝낼 것이란 관측이 대세를 이루면서 연내 2회 추가 인상 우려도 사라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월 CPI는 연준이 7월 이후에도 금리를 올릴 것이란 예상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전했다.
물가 안정 속에 경제가 성장하는 골디락스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투자은행(IB) JP모건은 미국 경제에 골디락스가 올 것이라는 희망이 커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연준의 경기 동향 보고서 베이지북도 "향후 수개월간 (미국은) 느린 경제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며 경기 침체는 없을 것으로 봤다.
백악관도 경기 침체에 선을 그었다. 바이든 행정부 경제 사령탑으로 통하는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데이터(CPI)는 미국 경제가 낙관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경제가 상당한 일자리 파괴 없이는 인플레이션이 완화되지 않은 것이란 예측을 거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속단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나온다. 무엇보다 지난해 6월은 CPI가 9.1%까지 치솟으며 41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던 시기다. 당시와 비교해서 물가가 떨어졌다고 해서 안심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튀어 오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집계하는 물가 예측 시스템인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팅은 7월 CPI가 3.35%, 근원 CPI가 4.92%를 기록할 것으로 제시했다. 이 같은 전망처럼 물가가 반등한다면 연준은 다시 매의 날개를 활짝 펼 수밖에 없다. 더구나 금리인상 막바지 기대감에 브렌트유 선물이 이날 80달러 위로 오르는 등 유가가 들썩인 점 역시 연준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연준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나온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이날 한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며 "너무 빨리 물러나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강해지고 연준은 더욱 많은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급하게 통화정책을 완화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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