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면접에 역월세까지"...역전세난 시대 맞아 곡소리나는 집주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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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섭 기자
입력 2023-07-1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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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매물 정보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주택시장에서 집주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 차액을 반환해야 하는 이른바 '역전세'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에 보증금을 줄이지 않고는 세입자를 찾기가 어려워진 데다, 전세사기로 인해 전세 계약에 대한 경각심도 강해지면서 세입자들의 검증도 강화되는 모습이다. 

또 전세 시장이 세입자 우위 시장으로 변화하면서 집주인을 면접 보듯 심사하는가 하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대출이자를 월세처럼 지급하거나 인테리어를 새로 해주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역전세난을 버티지 못한 집주인들이 급매를 내놓아 매맷값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3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서울 가구당 평균 전세가는 6억513만원으로 2년 전(6억5777만원) 대비 5264만원(8.0%) 내렸다. 전세값이 정점이었던 지난해 2월 6억9139만원과 비교하면 8262만원(12.8%) 낮은 가격이다. 하락세를 감안하면 서울 평균 전세값이 올 하반기 중 5억원대로 내려앉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개별 단지에서는 하락 폭이 더 가팔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래미안포레스트' 전용 84.86㎡는 지난달 11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이 단지의 같은 평형은 지난해 7월 14억1500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집주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내주려면 3억원가량을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반포동 '아크로 리버파크' 전용 84㎡는 이달 10일 13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2021년 10월 같은면적이 최고 24억원에 계약된 점을 고려하면 1년6개만에 전세시세가 11억원 빠진 셈이다.

전셋값 하락으로 보증금 반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지만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전세사기 여파에 깡통전세, 역전세 우려가 계속되면서 전세 계약에 대한 수요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내 다세대·연립주택(빌라) 거래량은 지난 3월 6794건에서 4월 5725건으로 감소한 후 5월(5314건), 6월(4583건)까지 3개월간 줄고 있다. 아파트 전세 거래량도 3월(1만6183건)에서 4월 1만3350건으로 줄어든 이후 5월(1만1792건), 6월(9603건)까지 감소세다. 

이에 전세보증금 차액을 돌려줄 여력이 없는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대출 이자를 대신 내주는 역월세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중개업소 대표는 "역월세 사례가 종종 있다. 차액을 못 돌려줄 때는 세입자와 집주인이 협의해서 집주인이 매달 대출이자를 대신 내주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연말로 갈수록 역전세난은 점점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대체로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 상반기에 아파트 전셋값이 고점이었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역전세난이 확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동향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021년 12월 103.5를 기록하며 2003년 11월 이후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실제로 부동산R114가 2021년 하반기에 계약된 서울 아파트 7만2295건 중 올해 상반기에 같은 단지·면적·층에서 거래된 2만8364건을 분석한 결과 현재의 전셋값 수준이 유지된다면 하반기 계약 건의 58%(1만6525건)는 역전세 위험이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서진형 공정주택 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보증보험 가입 기준 강화 등의 영향으로 역전세난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신규 세입자 확보가 어려운 집주인들이 역전세난을 버티지 못하고 급매물을 내놓으면서 매매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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