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 규모 따져보자"...새 국면 맞은 SKB-넷플릭스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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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기자
입력 2023-07-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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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정기관으로 ETRI, KISDI 등 후보에 올라

  • 비용 제공 여부 넘어 내야 할 비용 산정

  • 내달 23일 감정 필요한 항목 결정될 전망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 경영책임자CEO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와 한국콘텐츠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0622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와 한국콘텐츠 간담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SK브로드밴드(SKB)와 넷플릭스의 소송전이 새 국면을 맞았다. 재판부가 망 사용료 감정이 필요하다고 결정하면서다. 3년 가까이 이어진 소송에서 망 사용료 제공 여부를 넘어 내야 할 비용도 결정될지 주목된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SKB와 넷플릭스가 '채무 부존재 확인 및 부당이득 반환 항소심' 10차 변론을 진행했다.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 2021년 패소해 SKB에 망 사용료를 내야 하는 입장이다. 넷플릭스는 이에 항소하며 "내야 할 비용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3월 열린 8차 변론에서 SKB는 감정 대상과 유사한 사례를 비교해 망 사용료를 계산하자고 주장했다. 이번 10차 변론에선 재판부가 SKB의 의견을 받아들여, 정부출연연구기관 두 곳이 망 사용료를 감정하게 될 전망이다.

그간 SKB와 넷플릭스의 법정 공방은 망 사용료를 내야 하는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 2018년 SKB는 넷플릭스의 국내 서비스 안정화를 위해 일본에 있는 넷플릭스 콘텐츠 서버(OCA)와 연결했다. 미국 시애틀의 서버와 직접 연결하기에는 데이터 전송 대역폭이 좁고, 안정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대역폭을 넓혀 증설한 회선에 대해 망 사용료를 받겠다는 것이 SKB의 주장이다. 반면 넷플릭스는 미국 서버와 연결 당시 무정산 방식으로 연결했으며, 일본에도 같은 조건이 이어진다고 반박했다.

재판부의 이번 결정은 SKB가 구축한 넷플릭스 전용회선 구간의 실제 사용료가 얼마나 되는지 평가하고, 국내외 유사 사례와 비교해 보자는 것이다. 이미 법원은 1심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SKB의 손을 들어줬다. 즉 넷플릭스가 SKB에 내야 할 돈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 망 사용료를 감정하자는 SKB의 주장까지 받아들여지면서 재판은 SKB에 한결 더 유리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가 돈을 내야 하는 것은 결정된 사항이고, 얼마를 내야 하는지 따져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SKB가 제안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감정을 맡기는 것이 공정하다고도 판단했다. ETRI와 KISDI는 정보통신과 미디어 분야 전문기관으로, 정부 의뢰로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 대가를 산정하기도 한다. 국책기관인 만큼 공공성과 중립성도 갖출 수 있다.

다만 감정이 즉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을 모두 고려하기 위해 감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이견을 좁혀달라고 요청했다. SKB는 오는 26일까지 감정과 관련한 정보제공(트래픽당 단가 등) 가능 여부를 제출하고, 넷플릭스는 이를 참고해 내달 23일까지 최종 감정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일단 감정이 시작되면 결과는 빠른 시일 내에 나올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감정 결과에는 국제망(해저케이블) 구축, 국내 가정에 연결된 인터넷망 구축 비용 등이 포함될 것"이라며 "이미 존재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비용 산정은 어렵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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