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2호기, 계속 운전으로 더욱 안전해집니다."
지난 12일 부산 기장군의 고리원자력발전소 고리2호기 주제어실 한가운데 걸린 현수막 문구다. 1983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2호기는 지난 4월 운영 허가가 만료돼 발전을 중단했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약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현재 계속운전 절차를 밟고 있다.
이날 언론에 처음 공개된 주제어실은 비행기로 따지면 조종석 같은 곳이다. 반원 형태로 된 공간에는 연두색 기기에 각종 버튼과 레버, 크고 작은 화면들이 촘촘하게 배열돼 있었다. SF 영화 속 우주선 사령실에 들어와 있는 듯했다.
'원자력 출력 0%, 발전기 출력 0MW'. 고리2호기는 현재 가동을 멈춘 지 석 달이 넘게 지났지만 주제어실 직원들은 여전히 분주했다. 직원들이 착용한 형광색 조끼에는 RO(Reactor Operator·원자로 가동 담당), TO(Turbine Operator·터빈조종사) 등 담당 업무가 적혀 있었다. 직원들은 수시로 계기판 숫자와 모니터를 확인하면서 사용후핵연료 냉각 기능 유지, 기기 점검, 각종 테스트 등을 진행 중이었다.
지난 10년간 고리2호기에서 발생한 고장정지는 단 두 건에 불과하다. 또 3주기 연속 무고장 운전을 달성하는 등 뛰어난 운영 실적을 자랑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4월 고리2호기 안전성 평가 보고서를 규제기관에 제출했다. 이후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주민의견 수렴, 주민공람, 공청회 등의 과정을 거쳐 올 3월 계속운전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했다. 현재는 규제기관의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고리 2·3·4호기, 한빛 1·2호기 계속운전 안전성평가 결과 계속운전 기간 동안 안전성이 확보되고 관련 법규의 선량 기준치를 충분히 만족했다"며 "향후 자체 설비개선 등을 통해 더욱 안전한 원전으로 전력 공급에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리1호기 해체 본격화..."안전이 최우선"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1호기는 2017년 6월 영구정지돼 현재 해체를 준비 중이다. 이날 방문한 고리1호기 터빈룸은 전기가 생산되는 최종 단계인 발전기와 터빈 등 각종 설비가 있는 곳이다. 설비마다 '영구정지 관련 미사용설비' 푯말이 붙어있었다. 설비들은 제염 과정을 거쳐 해체된다.한수원 관계자는 "발전소가 한창 가동 중일 때 터빈룸은 한겨울에도 40도를 웃돌 정도로 더웠고, 각종 기계음 때문에 귀마개를 꼭 착용해야 했다"며 "조용한 공간에서 가동을 멈춘 기계를 보니 고리1호기가 퇴역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게 실감 난다"고 말했다.
현재 고리1호기는 '즉시 해체' 방식으로 해체를 준비 중이다. 방사선량을 낮춰 약 60년간 해체를 진행하는 '지연 해체' 방식과 달리 승인 후 15년 내외로 해체를 마치는 방식이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해체 부지를 빠르게 재활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해체 선도국인 미국과 독일, 프랑스도 즉시 해체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한수원은 2021년 5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고리1호기 해체 승인 신청을 했다. 고리1호기는 현재 사용후핵연료 냉각과 기본적인 안전관리를 하면서 최종해체계획서 인허가 심사를 받는 중이다. 해체 승인을 받으면 폐기물처리시설 구축과 비방사성계통 구조물 철거 후 방사성계통의 구조물을 제염, 철거해 폐기물을 처분장으로 이송한 뒤 부지에 남은 방사선을 조사·평가해 최종 해체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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