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깜짝 방문을 통해 글로벌 중추국가 역할론과 함께 약 2000조원대로 추정되는 현지 전후 재건 사업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국제질서를 수호한다'는 윤 대통령의 외교 정책과 경제적인 실익을 확실히 챙겼다는 국내외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안보·인도·재건 지원을 포괄하는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함께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한국 대통령이 우리 군 파병지가 아닌 전시 국가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가꾸는 동반자가 될 것이며 나아가 우크라이나와 함께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에 함께 기여하는 믿음직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은 윤 대통령 귀국 전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당초 이날 윤 대통령은 리투아니아(나토 정상회담)‧폴란드 등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 길에 오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 제의로 전격적으로 우크라이나 방문이 이뤄지면서 키이우에서 양국 정상회담을 마친 후 폴란드로 돌아와 다음 날 서울로 귀국했다. 이로 인해 순방 일정이 4박 6일에서 6박 8일로 이틀이나 늘어났다.
윤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인도적인 지원과 함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약속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 측 도움에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재건 복구 분야에서 큰 도움이 필요하다"며 "우크라이나 회복 센터 건설에 참여해주시기 바란다"고 공식 요청했다.
이에 양국은 인도적 지원액을 지난해 1억 달러에서 1억5000만 달러로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세계은행과 협력해 신규 재정지원을 실시하고 군수‧인도적 물자 지원 확대에도 나선다. 양국은 '평화공식(Peace Formula)' 정상회의 지원,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기금 1억 달러 재건 사업에 신속 활용, 온라인 시스템 구축 등 교육 재건, '윤석열·젤렌스키 장학금' 신설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에 앞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인접국으로 재건을 위한 핵심 '허브(HUB)'로 꼽힌다. 양국 정상은 "한국과 폴란드가 우크라이나 재건에 있어서 최적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공감했다.
이미 지난 5월 젤렌스키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정부와 우크라이나가 '재건 사업 MOU'를 체결한 만큼 이번 MOU를 통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위한 '대한민국·폴란드·우크라이나' 삼각 협력 체계가 완성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5월 정부에 총 200억 달러 규모, 5000여 개 재건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재건 사업도 현재 파악된 것만 320억 달러에 달해 당장 520억 달러(약 66조원)에 달하는 시장이 열린 셈이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기자단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쟁 피해를 복구하는 '리빌딩'을 넘어 국가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뉴빌딩'을 추진 중"이라며 이른바 '우크라이나 특수' 가능성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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