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유럽 순방에서 돌아온 직후 집중호우 대응 태세로 전환했다. 윤 대통령은 공직자들을 겨냥해 "재난 대응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질타한 반면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에게는 "정부가 다 복구해드릴 것"이라고 위로했다.
윤 대통령은 6박 8일간 리투아니아·폴란드·우크라이나 순방을 마치고 이날 오전 5시 27분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했다. 윤 대통령은 심각한 국내 호우 피해 상황을 감안해 일부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 시간을 앞당겼다. 순방 성과를 알리기 위한 기내 기자간담회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귀국길에 수해 피해민들을 의식해 검은색 정장을 착용했다.
3시간 뒤 윤 대통령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본 회의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위험 지역에 대한 진입 통제와 위험 지역에 대한 선제적 대피를 작년부터 거듭 강조하고 있다"면서도 "현장에서 재난 대응의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국민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는 다수 사상자를 낸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침수가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국민 안전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집중호우가 올 때 사무실에 앉아만 있지 말고 현장에 나가서 상황을 둘러보고 미리미리 대처해 달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런 기상 이변은 늘 일상화하는 것"이라며 "기후 상황을 우리가 늘상 있는 것으로 알고 대처해야지, 이상 현상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은 완전히 뜯어 고쳐야 된다"고 강조했다.
중대본 회의를 마친 윤 대통령은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한 경북 예천군 피해 현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이재민들을 위로했다. 해당 지역은 산사태와 침수로 이날 오전 기준 사망자 9명이 나왔고 대부분 민가와 창고가 무너지거나 파손됐다.
윤 대통령은 이재민들을 만나 "어이가 없다"며 "해외에서 산사태 소식을 듣고 그냥 주택 뒤에 있는 그런 산들이 무너져서 민가를 덮친 것이라고 생각했지, 몇백 톤 바위가 산에서 굴러내려 올 정도로, 이런 것은 살면서 처음 봤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좁고 불편하겠지만 조금만 참고 계시며 식사를 잘하시라"며 "정부에서 다 복구해 드리고 할 것이니 너무 걱정마시라"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현장 복구 작업 중인 주민들과 경찰, 군 장병들을 만나 "수고 많으시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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