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7일 열린 자녀 입시비리와 청와대 감찰무마 혐의 항소심 첫 공판에서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검찰이 다음달 말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씨의 입시비리 혐의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조 전 장관의 혐의 인정 여부를 살피겠다고 밝힌 가운데, 조 전 장관은 "아비로서 가슴이 아팠지만 원점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겠다는 (자녀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국 항소심 정식 재판 돌입...딸 조민 기소여부 검토에도 '입장 변화' 없어
서울고법 형사13부(김우수 부장판사)는 17일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알지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조 전 장관은 2019년 12월 자녀 입시비리와 딸 장학금 명목 금품 수수, 감찰무마 등 12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조민씨의 의학전문대학원 지원 과정에서 대학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확인서 등을, 아들 조원씨의 대학원 입시 과정에서는 법무법인 인턴활동 증명서 등을 허위로 발급·제출한 혐의 등이다.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 의혹을 확인하고도 특별감찰반 감찰을 중단하게 한 혐의 등도 있다.
법원은 지난 1월 입시비리 혐의 대부분과 특별감찰반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 일부를 유죄로 인정해 조 전 장관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조 전 장관은 1심 재판 과정에서 줄곧 혐의를 전부 부인해왔다.
이날 조 전 장관의 혐의 인정 여부에 딸 조민씨의 기소 여부가 얽혀있다. 검찰은 2019년 조 전 장관 부부를 기소하면서 자녀들도 공모 혐의가 있다고 봤지만 기소하지는 않았다. 검찰은 조민씨의 기소 여부와 관련해 "항소심 공판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을 상대로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충분히 들어봐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기소 여부 판단에 반성 태도가 중요한 만큼 공범인 조 전 장관의 입장도 살피겠다는 취지다.
일가족 공범 시 '자녀 기소유예' 관행...‘숙명여고 내신조작’은 예외
통상 일가족이 공범일 때 자녀는 기소를 유예한 선례가 적지 않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검찰은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는 기소하지 않았다. 조민씨와 조원씨 역시 검찰이 기소유예에 무게를 두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다만 2019년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내신조작 사건’처럼 부모와 자식이 함께 기소된 사례도 있어 죄질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사건의 아버지는 2020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확정받았고, 쌍둥이 자매는 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현재 쌍둥이 자매의 사건은 대법원에 상고된 상태다.
결국 ‘자녀 기소유예’가 검찰 재량에 달린 만큼 당사자들의 반성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조민씨와 조원씨가 연이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데 이어 조 전 장관도 법정에 출석하며 “항소심에서 보다 낮은 자세로 진솔한 소명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조민씨는 최근 고려대와 부산대를 상대로 낸 입학 취소 소송을 모두 취하했다. 조원씨 또한 2018년 연세대 석·박사 통합 과정에 지원하면서 최강욱 의원 명의 허위 인턴 활동 확인서를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지난 10일 연세대 석사 학위를 자진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조 전 장관도 이날 "제 자식들이 고민 끝에 학위·자격 포기했다”며 "원점서 시작하겠다는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사실상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보고 공소시효가 임박한 조민씨부터 지난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입장변화를 확인했다.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다음달 26일 전에 기소 여부에 대한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조원씨 역시 누나 조민씨와 비슷한 처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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