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양국이 공동 참석하는 경제·외교 무대를 누벼야 하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고심이 깊다.
미국과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반도체지원법(칩스법)과 관련해 우리 기업 부담 경감을 위한 책임을 안고 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해서는 미국 등 서방 일각의 '디커플링' 시도를 속도 조절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18일 기재부에 따르면 추 부총리는 전날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계기로 인도 간디나가르에서 미국·중국 재무장관과 양자 면담을 했다.
옐런 장관이 최근 중국을 방문한 데 대해서도 문의하고, 한·일 관계 개선이 한·미·일 경제협력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대해서는 미국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기재부는 전했다.
14개월 동안 10번 만나···정책 공조 강화
옐런 장관과 이번에 만난 것은 추 부총리가 지난해 5월 취임한 이후 10번째 공식 회동이다. 경제 현안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협력 의지를 재확인하기 위해 1년 2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회견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해 7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을 계기로 옐런 장관을 처음 만난 이후 1~2개월에 한 번씩 꾸준히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미 간 견고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들 장관은 G20 재무장관 회의와 한·미 재무장관회의, 전화 회담 등을 통해 양국 간 이슈를 공유하는 등 정책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앞선 만남에서 추 부총리는 미국 행정부가 IRA·칩스법 세부 규정 마련 등 관련 조치로 한국을 배려한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뜻을 표하고 "관련 규정상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우리 업계에 우려가 잔존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관심과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옐런 장관은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 금융 불안이 심화하면 필요시 유동성 공급 장치를 실행하기 위해 양국이 긴밀히 협력할 준비가 돼 있음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中 재무장관과도 연쇄면담···"성숙한 경제협력"
추 부총리는 이날 류쿤 장관과도 양자 면담을 했다. 중국 재무장관과 대면 양자 면담을 한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당초 지난 5월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류 장관과 만날 것을 기대했으나 불발됐다.
이 자리에서 추 부총리는 "교역·투자 등에 있어 양국이 상호 중요하고 밀접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양국이 상호 존중과 호혜, 공동 이익에 기반한 건강하고 성숙한 경제협력 관계를 지속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가 그간 "중국이라는 세계 최대 시장을 더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며 "중요한 경제협력 파트너라는 인식하에 대(對)중국 정책을 추진 중"이라는 언급을 해온 만큼 중국과 추가적인 소통 기회를 만들 것이란 의미로 읽힌다.
이번 면담에서 양국 장관은 인적 교류, 공급망 협력 등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추 부총리는 이번 만남을 계기로 양국 재무당국 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통과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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