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자사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도나네맙이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정식 승인 여부 결과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일라이릴리는 임상 3상 시험 결과 데이터를 FDA에 제출하는 등 승인 신청을 최근 마쳤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일라이릴리는 이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국제 알츠하이머협회 국제회의(AAIC)에서 도나네맙에 대한 임상 3상 실험 결과, 질병 초기 단계에서 이 치료제가 치매 진행을 약 35%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험은 평균 연령 73세인 알츠하이머병 초기~중기 단계 환자 173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환자 절반에는 도나네맙을, 나머지 절반에는 가짜 약(플라시보)을 18개월 동안 투여했다. 그 결과 도나네맙을 투여한 환자들의 인지 기능 저하를 35% 늦췄다.
전문가들은 도나네맙이 치매 치료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영국 알츠하이머학회 연구장인 리차드 오클리 박사는 "지난 8개월은 진정한 전환점이었다"며 "지난 수십 년간 긍정적 결과가 없던 상황에서 두 약물(레카네맙과 도나네맙)이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FT에 말했다.
이달 초 FDA가 정식 승인한 치매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와 도나네맙은 뇌에 축적돼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독성 단백질인 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삼는다. 하지만 작용하는 방식이 다르다. 레카네맙은 아밀로이드가 형성되는 초기 단계에서 단백질 형성을 막는 수준이지만, 도나네맙은 이미 축적된 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한다. 두 약물의 주요 부작용은 뇌부종과 출혈이다. 이번 도나네맙 실험에서도 시험에 참여한 3명이 부작용으로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도나네맙이 레카네맙보다 알츠하이머 초기 단계 환자에 더 효과적일 것으로 봤다. 도나네맙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속에 쌓인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시험에서 일부 참가자들은 아밀로이드가 완전히 제거돼 약물 투여를 중단했다.
아울러 레켐비에 이어 도나네맙도 FDA의 승인을 받는다면, 가격 경쟁이 이뤄져 환자들의 부담을 덜 수 있다.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는 레켐비의 미국 정가를 1년분 기준, 약 2만6500달러(약 3400만원)로 책정했다.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치매약 치료제 시장에서 도나네맙이 60%, 레카네맙이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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