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미국인 석방을 외교 무기로 활용했다. 미국인을 자발적으로 풀어주는 경우도 간혹 있었지만, 대부분은 고위급 접촉 등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오기 위한 볼모로 삼았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등 미국 최고위급 인사들이 방북해야만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들이 가까스로 석방될 수 있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한은 자국에 구금된 미국인의 석방을 선의의 표시로 보여주며, 양국 소통을 촉진하는 외교적 제스처로 활용하곤 했다.
지난 2009년 두 미국 여기자인 이은아와 로라 링은 두만강 인근에서 인신매매 실태를 취재하다가 북한에 억류됐고,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둘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끝에 석방돼, 그와 함께 귀국길에 오를 수 있었다.
당시 클린턴은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과 회동하고, 여기자 석방 문제 외에도 북핵 문제 등 북·미관계 현안을 광범위하게 논의했다. 클린턴의 방북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북·미 간에 열린 첫 최고위급 접촉이었다.
미국인 석방은 양국 관계 개선의 돌파구로 작용했다. 그해 상반기 북·미 관계는 2차 핵실험 강행 등으로 경색 국면으로 치달았지만, 클린턴의 방북을 기점으로 하반기에 유화 분위기로 반전됐다. 클린턴 방북이 해빙 무드를 조성하면서 그해 12월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였던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으로 이어졌다. 북·미 간 공식 대화가 열린 것이다.
2018년에도 북한은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이 방북하고 나서야 북한에 억류돼 있던 한국계 미국인 김학송, 토니 김, 김동철 등 3명을 석방했다. 당시 석방은 첫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냈다.
그해 6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했다. 양국은 공동합의문도 발표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합의문에 대해 “굉장히 포괄적인 문서이고 저희의 좋은 관계를 반영하는 결과물”이라 밝혔고, 김 위원장은 “과거를 딛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서명”이라고 말했다.
한국계 미국인 기독교 인권운동가 로버트 박을 풀어주는 등 북한이 자발적으로 미국인을 풀어준 사례도 있다.
반면 구금된 미국인의 사망으로 끝난 불행한 사례도 있다. 2015년 대학생 신분으로 북한을 여행하던 도중 억류된 오토 웜비어는 1년 5개월 간 억류됐다. 조셉 윤 당시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017년 그를 데리고 귀국했지만, 혼수상태였던 웜비어는 엿새 만에 숨졌다. 미 국무부는 웜비어의 억류를 계기로 미국인들의 북한 여행을 전면 금지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