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머니(자금 조달이 쉬운 상태) 시대에 잔뜩 부풀어 오른 기업 부채가 세계 경제에 폭풍우를 몰고 오고 있다. 고금리가 뉴노멀이 되면서 기업 파산 물결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잇따른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 세계 부실 채권(회사채) 및 대출 규모는 5900억달러(746조6000억원)가 넘는다. 부실 대출은 80센트 이하에서 거래되는 대출 채권을, 부실 채권은 미국 국채와 수익률 격차가 1000bp(1bp=0.01%포인트)가 넘는 80센트 이하 가치의 채권을 일컫는다.
부실 채권 및 대출이 많은 산업군을 보면 부동산(1683억달러), 헬스케어 및 제약(626억 달러), 리테일(326억달러), 텔레커뮤니케이션(627억달러),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335억달러), 기타(2282억달러) 순이다.
실제 미주 지역에서만 부실 채권 및 대출이 2021년 이후 현재까지 360% 넘게 폭증했다. 그 규모가 계속해서 늘어난다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광범위한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 올해 미국에서만 120건이 넘는 대규모 파산이 발생하는 등 위기의 징후가 보인다.
S&P글로벌에 따르면 미국의 하이일드 채권과 레버리지론 규모는 2021년 기준 3조 달러로, 2008년 대비 두 배가 넘는다. 고수익 고위험 채권인 하이일드 채권과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이 자산을 담보로 발행한 레버리지론은 디폴트 위험이 커,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같은 기간 중국 비금융 기업의 부채 비율은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58.2%에 달한다. 유럽에서는 2021년 한 해에만 정크본드 판매가 40% 넘게 급증했다. 이러한 채권 중 상당수는 몇 년 안에 만기가 도래한다. 중국과 유럽의 경제 성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연준이 매파적 통화정책을 고수한다면, 상당수 기업이 상환에 차질을 겪을 게 뻔하다.
미국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올해 6월 기준 전 세계 투기 등급 회사의 부도율이 지난 12개월간 3.8%에서 내년에는 5.1%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악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2009년의 수준을 뛰어넘으며 13.7%까지 껑충 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고금리와 재택근무 등으로 공실이 넘치는 상업용 부동산이 가장 취약한 고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 경제가 놀라운 수준의 회복력을 유지하면서 연착륙에 성공한다면 이러한 폭풍우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