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9860원으로 결정된 데 대해 노동계와 경영계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노동계는 턱없이 낮은 금액이라며 유감스럽다는 뜻을 표했다. 반면 경영계는 이번 인상으로 기업과 자영업자 모두 부담이 커졌다는 반응이다.
최종 결정까지 110일 소요···2016년 이후 최장
19일 시간당 9860원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기까지 노사는 110일에 걸쳐 10차례에 이르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고 표결로 최저임금이 정해졌다. 심의 기간이 길어진 데는 노사 합의로 최저임금을 결정하겠다는 공익위원들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까지 최장 심의기일은 2016년 108일이었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표결 이후 "노사 간 간극이 이처럼 좁혀졌던 사례는 거의 없었다. 아쉽다"고 말했다. 심의 과정에선 최저임금위 노사 동수가 깨진 채로 최저임금 논의가 진행되기도 했다. 고용부는 지난달 21일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인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품위 손상을 이유로 직권 해촉했다. 1987년 최저임금위 발족 이후 최초다. 지난 5월 31일 김 사무처장은 전남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다 경찰에 연행된 바 있다.
노동계 "올해 물가 상승률 3.3%보다 낮은 인상률"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원에 미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2017년 대선 당시 주요 후보들이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건 이후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난 4일 제시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3%다.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정부가 발표한 비혼 단신 근로자 생계비에도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비혼 단신 근로자 생계비는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할 때 활용하는 기초자료로 쓰인다. 한국통계학회가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비혼 단신 근로자 실태생계비는 월평균 241만1320원·시간당 1만1537원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인한 실질임금 삭감 문제도 제기됐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은 실질임금 삭감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앞서 2019년 1월부터 최저임금 범위에 매월 지급되는 정기상여금·현금성 복리후생비를 포함하도록 한 개정안 효력이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기본금을 낮게 유지하고 상여금과 수당을 활용해 최저임금 위반을 회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영계 "올해 경제성장률 1.4%보다 높은 인상률"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을지 모른다는 것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던 경영계는 일단 최악은 피했다는 분위기다. 다만 지난 정부 때 가파른 최저임금 상승에다 향후 저성장 국면이 예상되는 만큼 인건비 부담과 경영상 어려움 가중은 여전히 염려된다고 토로한다.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올해 우리 경제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 부진 등 여파로 1% 초·중반 저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4일 정부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4%로 전망했다. 그는 "최저임금 영향을 많이 받는 청년층과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한계에 몰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이 고율 인상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경총은 "사용자위원들은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소·영세 기업과 소상공인 바람을 담아 최초안으로 동결을 제시했다"며 "최종적으로 관철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다"고 했다. 향후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이 시행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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