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6개월만에 회사채 시장을 찾은 두산(BBB0)이 우량채 위주로 양극화된 시장 상황을 극복하고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했다. 하이일드펀드 세제혜택 확대와 리테일 판매 수요, 안정적인 시장 상황 등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이날 3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총 93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트렌치는 2년물 단일이고 희망 금리로는 두산 2년물 회사채 개별 민평금리에 -30~+3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한 금리를 제시했다. 수요예측 결과 민평금리 대비 -90bp에서 모집 물량을 채웠다.
앞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두산의 이번 회사채 수요예측 흥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랐다. 다른 BBB급 회사채 대비 금리가 낮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4일 기준 두산의 2년물 회사채 민평금리는 6.537%인 반면 다른 BBB급 2년물 회사채 민평금리는 8.702%를 기록했다.
A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BBB급 회사채의 유일한 장점은 높은 금리밖에 없는데 낮은 금리로 발행되면 그나마 있는 장점도 희석된다"며 "연기금도 비우량채를 선호하지 않는 상황인 만큼 금리 매력을 느끼는 기관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려를 딛고 흥행에 성공한 배경으로는 금융당국의 하이일드펀드 세제혜택 도입이 꼽힌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지난 12일부터 시행되면서 하이일드펀드 투자자에게 분리과세 혜택이 제공돼 관련 펀드의 운용규모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B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하이일드펀드는 BBB+급 이하 회사채를 45% 이상 담아야 하기 때문에 비우량채 수요예측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며 "세제혜택이 도입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비우량채들은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소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고금리를 선호하는 리테일 채권 수요도 수요예측 흥행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국채와 회사채 수익률에 만족하는 대형 기관 및 연기금과 달리 리테일 채권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하이일드채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C 증권사 관계자는 "BBB급이지만 두산그룹이라는 네임밸류를 감안하면 충분히 리테일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증권사가 물량을 받아가 리테일에 재매각하려는 수요도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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