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퇴직연금 적립금이 올해 상반기에만 14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시장 규모가 35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낮은 수익률로 이탈 우려가 컸던 은행권에서도 상당한 적립금을 쌓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은행권 수익률이 큰 폭으로 개선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달 사전지정운영제도(디폴트옵션)가 본격 시행되면서 업권을 가리지 않고 퇴직연금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0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 퇴직연금(DB·DC·개인형IRP) 적립금은 지난달 말 기준 345조8145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331조7240억원과 비교해 반년 새 14조905억원(4.25%) 늘었다.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2020년 255조5000억원(전년 대비 34조3000억원 증가) △2021년 295조6000억원(40조1000억원 증가) △2022년 345조800억원(50조2000억원 증가)을 기록하는 등 매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업권별로 보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179조3882억원·51.9%)에서 가장 많은 8조5627억원(5.01%)이 늘었으며 증권사에서 같은 기간 73조8467억원에서 79조1534억원으로 5조3067억원(71.9%) 증가해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보험은 같은 기간 4900억원(72조6286억원→73조1186억원) 늘어나는 데 그쳐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은행권에서 높은 성장률이 나타난 이유는 퇴직연금 상품 수익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말 원리금 비보장형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이 확정급여형(DB) 3.28%, 확정기여형(DC) -15.59%, 개인IRP -19.94%를 기록했으나 올해 상반기 말에는 4.66%, 6.5%, 6.09%를 기록하는 등 수익률이 최대 20%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금융권 평균 수익률(5~6%)까지 높아졌다. 하락장을 전전하던 증시가 반등하면서 비보장형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고 은행권에서는 설명한다.
이렇듯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품에 기반한 은행권 퇴직연금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퇴직연금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업권별로 자산운용 성향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디폴트옵션 상품에 대한 주요 정보가 공시되는 만큼 수익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면서 "디폴트옵션 도입에 맞춰 금융권 모두가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는 만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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