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와 감독 기관의 부실 대응이 속속 드러나면서, 경영·관리 책임자를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위반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이번 참사가 명백히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하는 만큼 충청북도지사와 환경부 장관 등 윗선에 대한 수사 역시 불가피하다는 중대재해 전문가 단체의 분석도 나왔다.
중대재해 관련 14개 전문가·연구 단체로 구성된 ‘중대재해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전문가넷)’는 20일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을 지자체와 관리 감독기관의 관리상 결함이 중첩적으로 발생해 일어난 ‘중대시민재해’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전문가넷은 이번 참사가 중처법 상 ‘공중이용시설’인 미호강의 임시제방과 지하차도의 '관리상 결함' 문제로 인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하천법에 따라 미호강의 하천관리청은 환경부 장관이다. 환경부는 미호강의 관리 권한을 충청북도에 위임하고, 충북도가 다시 이를 청주시에 재위임한 구조다. 미호강을 직접 관리한 청주시장은 물론 충북지사와 환경부 장관의 중처법상 지배·운영·관리 책임이 있는지 수사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 단체의 지적이다. 중처법 2조는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장을 책임 주체로 명시하고 있다.
전문가넷은 임시제방 유실과 관련해서 환경부 장관이 하천점용 허가 권한을 금강유역환경청장에게 위임했고,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하천점용 허가를 받은 점을 지적했다. 임시제방에 대한 관리청인 행복청장의 설치·관리상 결함과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 여부는 물론 환경부 장관의 중처법 책임 여부도 수사과정에서 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행복청에 허가 권한을 내준 금강유역환경청장의 책임도 중처법과 별도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넷의 주장이다.
지하차도 관리와 관련해서는 해당 도로의 도로관리청인 충북지사가 중처법 상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넷의 결론이다. 이들 단체는 청주시장의 재난안전법 위반 여부도 중처법과는 별개로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각 지자체와 기관이 서로 책임을 돌리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수사기관은 충북지사와 청주시장, 행복청 각 기관의 중처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을 수사해야 한다”며 “위임자인 환경부 장관의 중처법상 의무 위반도 함께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참사 관련 기관장들에 대한 사건 유가족과 현지 시민단체들의 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전날 충북시민단체연대회의 등 4개 단체 회원과 참사 유가족들은 충북지사, 청주시장과 행복청장 등을 중처법 위반으로 충북경찰청에 고발한 상태다. 중처법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인 경찰도 지하차도와 유실 제방 감식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지하차도에 대한 현장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지하차도의 설계·관리상 결함을 확인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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