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0명 중 6명 '여름휴가 無'…"돈이 없어서"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2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서 이용객들이 출국수속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직장인 10명 중 6명이 여름휴가를 포기했거나 계획을 미룬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60%가량이 경제적 여유 부족을 이유로 꼽았다. 비정규직이고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임금이 적을수록 여름휴가 계획을 세운 근로자가 적었다.

23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 6월 9~15일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여름휴가 계획이 있다는 응답은 43.9%에 불과했다. 5명 중 1명(19.8%)은 여름휴가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36.3%였다.
 

비정규직·저임금일수록 휴가 못 가

여름휴가를 포기하거나 계획을 미룬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61.9%)로 나타났다.

다음은 바쁜 업무로 휴가 사용 후 업무 과중이 걱정돼서(17.8%), 연차유급휴가가 없거나 부족해서(12.8%), 휴가를 사용할 경우 회사에 눈치가 보여서(7.5%) 순이었다. 

비정규직(67.9%)이 정규직(57.0%)에 비해 경제적 여유 부족을 꼽은 비율이 높았다. 기업 규모가 작아질수록 경제적 여유가 부족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5인 미만 기업 근로자(69.2%) 응답률이 300인 이상 기업(56.4%)보다 12.8%포인트(p) 높았다. 

이들은 여름휴가 계획을 세운 비율도 낮았다. 정규직은 48.5%가 여름휴가 계획이 있다고 답했으나, 비정규직은 37.0%에 그쳤다. 민간 300인 이상 기업 근로자는 57.1%가 여름휴가 계획이 있다고 답했으나 민간 5인 미만 기업 근로자는 33.3%만이 있다고 답해 격차가 23.8%p에 달했다.

임금 수준이 낮을수록 여름휴가 계획을 세운 근로자 비중도 작아지는 흐름을 보였다. 한 달에 500만원 이상을 버는 근로자는 58.6%가 여름휴가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300만~500만원 미만(47.3%), 150만~300만원 미만(39.8%), 150만원 미만(33.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갑질피해 10건 중 1건 '연차 갑질'

휴가 관련 갑질 피해는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941건 가운데 103건(10.9%)에 달한다. 

직장갑질119는 "연차휴가 사용은 근로자 권리임에도 원치 않는 시기 연차를 사용하거나 경영상 이유가 없음에도 원하는 시기 휴가를 가지 못하게 하는 사용자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은 사용자가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 유급휴가 15일을 지급하도록 규정한다. 제5항은 사용자가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없으면 연차 유급휴가 규정에 따른 휴가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최혜인 직장갑질119 야근갑질특별위원회 노무사는 "근로자가 필요할 때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고용형태나 사업장 규모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여름휴가를 누릴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