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상장 후 첫 거래일 가격제한폭이 공모가의 400%로 확대된 뒤 한달이 지났다. 제도 도입 취지는 상장 직후 주가가 급등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는데 도입 취지와 달리 첫날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현재 과도기일 뿐, 곧 안정기를 찾아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제도가 안착될 때까지 '주가 널뛰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자들의 기업 분석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가격제한폭 확대 조치가 시행 이후 총 6개사가 상장을 마쳤다. 상장 첫날 이들의 평균 시초가 대비 상승률은 166.9%였다. 최고가는 필에너지로 260.59%를 기록했다. 최저는 와이랩으로 140%에 머물렀다.
커진 주가 변동성만큼이나 개미들의 단타 열기는 계속되고 있다. 시큐센의 경우 상장 첫날 1만1800원까지 급등했지만, 장 중 7600원까지 급락한 뒤 91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필에너지 역시 장중 '따따블'에 근접한 288%까지 올랐지만, 260.59%로 하락했다. 모두 하루에 벌어진 일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가격제한폭 확대는 첫날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한 이후 다음날 추가 상승을 막기 위한 일종의 주가 안정책이었는데, 의도와 달리 현재 주가 변동성만 높아져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장 첫날 차익 실현에 대한 기대로 일반 투자자들의 청약 경쟁률도 급증하고 있다. 올 상반기 일반 투자자 대상 IPO(기업공개) 수요예측과 청약경쟁률은 각각 평균 1113대 1922대 1로 지난해 상반기(963대 1, 1030대 1)보다 높은 수준이다. 가격제한폭 완화 이후에 개인투자자 청약 경쟁률은 기본 1000대 1을 넘고 있어 일반청약에서 1주도 못 받은 사례도 허다하다.
지난 14일 마감된 화장품 제조·유통 브랜드 뷰티스킨의 청약 경쟁률은 2315대 1에 달하며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청약을 단독으로 주관했던 DB금융투자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는 수요가 몰리며 청약 시간이 30분가량 연장되는 일도 벌어졌다.
이 같은 현상에 공모주 시장이 투기판을 방불케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IPO 시장은 마치 ‘폭탄 돌리기’를 연상케 한다"며 "일부 기업은 적자인데도 미래 가치를 3~4배 이상으로 가격이 형성되며 투자자들은 당일에 내다팔기에만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자본시장업계는 과도기적인 현상일 뿐 주가가 하루 만에 제자리를 찾을 수 있어 장기적으로 이롭다고 보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격 제한 폭을 확대하면 하루에 더 많은 정보가 가격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다"며 "종목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가격에 신속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게 합리적인 정책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변동폭이 높아지며 기업 분석에 대한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필에너지의 경우 코스닥 상장 첫날 237% 상승했지만, 상장 둘째날 20% 넘게 급락했다. 16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가 주식으로 전환된다는 소식이 기업 분석 보고서에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상장 전 증권신고서에 CB 발행을 미리 공시했다"며 "투자자들이 기업 분석 보고서를 세심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 분석 보고서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방대한 자료와 업계 용어 위주의 공시 보고서와 함께 투자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업 분석 보고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나는 회계 몰라도 재무제표 본다>를 저술한 이승환 작가는 "전문 투자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새로운 형태의 기업 분석 보고서를 도입하기 위해 금감원, 거래소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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