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금사정 좋아졌다는데 87%가 차입금 증가 '착시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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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은 기자
입력 2023-07-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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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자금 사정이 좋아진 것이 차입금 증가에 의한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업 차입금 규모가 커진 만큼 기준금리 인상 시 상당수 기업들이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시장조사업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 1000대 제조기업을 대상(107개 응답)으로 '자금 사정 현황'을 조사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응답기업 86.9%가 올해 들어 은행 등 간접금융을 통한 자금 조달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52.4%는 회사채 등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늘었다고 했다.

올해 상반기 자금 사정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중 31.8% 기업들이 자금 사정이 호전됐다고 답했는데 이는 영업이익 증가로 인한 유보자금 증가가 아닌 차입금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올해 1분기 중 매출액 1000대 제조기업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52.9% 급감했다. 반면 회사채 발행, 은행 차입 등 직간접 금융시장을 통한 차입금 규모는 10.2% 증가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기준금리 임계치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 기업 중 86.0%가 현재 기준금리 수준인 3.5%를 꼽았다.

차입금 규모가 커짐에 따라 기준금리 추가 인상 시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많았다. 전경련은 "기업 차입금 규모가 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만 추가 인상하더라도 시중금리 상승으로 상당수 기업이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2021년 7월 이후 2년간 기준금리가 3.0%포인트 인상되면서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은 평균 1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하반기 기업 자금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35.5%)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5.6%)을 크게 웃돌았다. 자금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은 △설비투자(38.7%) △원자재·부품 매입(32.3%) △차입금 상환(11.2%) △인건비·관리비(10.5%) 등 순이었다.

자금 조달 시 어려움을 묻자 '환율 리스크 관리'가 32.4%로 가장 높았다. '대출금리와 대출 절차'(32.1%), '정책금융 지원 부족'(15.9%) 등 대답도 나왔다. 기업들의 안정적인 자금 관리를 위한 정책과제로는 '환율 등 외환시장 변동성 최소화'(34.3%), '정책금융 지원 확대'(20.6%), '장기 자금 조달 지원'(15.9%) 등을 꼽았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조사본부장은 "최근 기업들은 경기 침체, 수익성 악화로 차입금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금융 비용이 상당히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기업 금융 부담 완화를 위한 신중한 통화정책 운용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사진
자금사정 현황·자금조달 방식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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