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준공 후 미분양에 시달리고 있는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수유팰리스'의 시공사인 중견건설사 대원이 최근 공사계약 해지와 시공 일정 연기 등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실적과 재무상태도 좋지 않은 상황으로 이 같은 중견·중소건설사를 중심으로 수익성 개선을 위한 자구책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원은 지난 7일 충북 청주시 남주동8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 신축공사 계약기간을 예정일보다 33개월 연기했다. 당초 2021년 4월 착공 예정이었으나, 조합과 신탁사 간 갈등과 시장 상황 악화 등으로 착공이 3년 넘게 미뤄졌다.
대원은 지난 6월 말 제주 모슬포 주상복합 1단지 신축공사 책임준공 의무를 이행하지 못해 기업 자기자본의 6%에 가까운 202억7600만원 규모의 PF대출잔액 채무를 인수하기도 했다. 대원 관계자는 "시행사에서 별도 계약 체결한 영역의 소방공사 문제로 준공 기한 내 공사를 완료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같은 달 13일에는 376억원 규모의 경북도청 이전 신도시 주상복합 신축사업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시행사 측에서 PF대출을 실행하지 못하며 사업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고, 공사 이행이 불가능해진 결과다. 해당 사업도 당초 준공 기한은 2021년 9월이었으나 자금 마련이 안 되면서 지난달까지 착공이 미뤄진 건이다.
특히 대원의 '아픈 손가락'은 서울의 대표 악성미분양 단지인 '칸타빌수유팰리스'다. 지난해 4월부터 강북구 수유동에 분양을 시작한 이 단지는 지난 4월부터 분양가 35% 이상 할인과 옵션 혜택 등을 내걸었지만 분양 이후 1년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지 못했다.
지난 4월부터 인천 서구에 분양한 '칸타빌 더스위트'도 609가구 모집 청약에서 400여 가구 미달물량이 대거 쏟아지며 아직 잔여물량 약 40%에 대해 분양을 진행 중이다. 대원 관계자는 "칸타빌수유팰리스와 칸타빌더스위트 등 미분양이 지속되며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해 회사가 굉장히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규모와 입지, 가격 등이 경쟁력이 좋았다면 애초에 분양이 됐을 것인데, 한창 부동산 경기가 안 좋을 때 서울 대표 미분양 단지로 알려진 곳"이라며 "악성미분양 단지로 한번 낙인 찍히면 수요 심리가 악화돼 할인분양을 해도 분양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재무상태도 좋지 않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94억원에서 올 1분기 마이너스(-) 8억6500만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1분기 66억원에서 31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이 밖에 대원은 대구 동인동 센트럴대원칸타빌과 강원 원주시 태장동 대원칸타빌, 제주에듀 칸타빌 1단지, 경기 오산세교칸타빌더퍼스트 등 전국 곳곳에 수분양자에 대한 중도금대출 채무보증 잔액이 3000억원 넘게 남아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을 때는 대원과 같은 상황이 여타 중견·중소 건설사에도 나타날 수 있다며 건설사의 자구책과 함께 정부의 간접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견·중소 건설사는 분양 리스크가 반복될 경우 대형사에 비해 기업이 받는 타격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며 "재무상태가 괜찮아 보여도 미분양이 나면 기성금(공사 진행에 따라 지급하는 돈)을 못 받으니 공사를 진행할수록 자금 사정이 더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업체들의 자구책 마련이 1차로 필요하지만, 정부 차원에서도 주택 수요를 다각화할 만한 환경을 마련해 미분양 해소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리츠를 활용해 임대사업 수익을 낼 수 있게 하거나 임대사업자에게 세금 감면이나 금융 지원을 해주는 방법 등으로 건설사들의 고충을 일부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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