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엘니뇨' 현상으로 사상 최악의 폭염이 예고된 가운데 국내 원전 25기 중 22기가 풀가동에 들어갔다.
25일 한국전력의 7월 전력수요예측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하절기 전력 수요가 최고로 치솟는 최대부하 시기는 8월 2주차로 92.7GW를 기록할 전망이다.
역시 무더위로 고생했던 지난해 7월 초 최대 수요(93.0GW)보다는 다소 낮지만,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상황이라 전력 수요가 예상 밖 범위까지 급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여름철 최대부하는 2019년 90.3GW, 2020년 89.1GW, 2021년 91.1GW, 2022년 93.0GW 등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앞서 기상청은 8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거나 비슷할 확률을 각각 40%, 낮을 가능성을 20%로 봤다. 올여름이 예년보다 더울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정부는 냉방 수요 폭증에 대비해 전력 최대 공급 능력을 역대 최고인 106.4GW로 높여 놨다. 지난해 99.7GW보다 6.7GW(6.7%) 늘어난 수치다.
전력 공급 능력 확충에 힘을 보탠 건 돌아온 원자력 발전이다. 지난해 12월 신한울 원전 1호기 가동이 시작됐고 한빛 등 그동안 가동을 멈췄던 원전도 재투입된 결과다. 24일 0.95GW급 한빛 2호기가 일시 가동 중단됐으나 전체 수급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통상 10% 이상이면 '안정적'으로 보는 공급 예비력은 12.9%(예비력 13.7GW)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8.1%(예비력 8.6GW) 수준이라 블랙아웃 가능성은 없다는 게 정부와 업계의 판단이다.
다만 예기치 못한 이변에 대비할 필요는 있다. 2011년 9·15 정전 사태가 대표적 사례다. 당시 기록적인 늦더위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면서 냉방 수요가 급증했다. 추석이 지난 시점이라 주요 발전 설비가 정비에 들어가며 수요에 대응하지 못한 결과 일부 지역에서 전기가 끊긴 바 있다.
2013년에도 불량 부품 사용이 확인된 원전이 가동을 멈추며 하마터면 정전 사태로 이어질 뻔했다.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6기를 포함해 총 10기의 원전이 개점 휴업 상태였다. 국민들은 폭염 속에서 에어컨도 켜지 못한 채 4달 가까이 견뎌야 했다.
정부는 원전 추가 가동 외에도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 기업들의 공장 가동 시간을 조정하는 식의 시나리오로 7.6GW의 추가 예비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편 정부는 반도체·이차전지·데이터센터 등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한 첨단산업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원전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달 말 시작되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28년)' 수립 과정에서 구체적인 안이 도출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재생에너지나 수소 같은 무탄소 전원을 보급하는 한편 신규 원전도 도입해 효율적인 에너지 믹스 안을 마련하겠다"며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오락가락하는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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